"당신은 그들에게 하늘의 양식을 약속했소.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그 힘 없고 죄 많은 비열한 인간들의 눈으로 볼 때, 과연 하늘의 빵이 지상의 빵만 할 수 있겠느냔 말이오? 설사 수천 수만의 인간이 하늘의 빵을 얻기 위해 당신 뒤를 따른다 하더라도, 하늘의 빵 때문에 지상의 빵을 멸시할 수는 도저히 없는 그런 수백만 수천만의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거요? 아니면 당신에겐 위대하고 힘찬 의지를 지닌 수만 명의 인간만이 귀중할 뿐, 약한 의지를 가지기는 했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수백만 명의 인간들은, 아니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은 인간들은 조금도 귀중하지 않다는 거요? 그들은 단지 위대하고 힘찬 의지를 지닌 인간들을 위한 재료에 불과하다는 거요? 아니오, 우리에겐 무력한 인간도 귀중하오!"
이반 카라마조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대심문관' 이 예수에게 하는 말입니다.
대심문관은 종교를 기반으로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아 불태워 죽이는 사람이지만, 진짜 예수가 나타나자 "네(예수)가 우리에게 주고자 했던 하늘의 빵(자유)은, 우리 인간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벅차기에 우리는 다시 노예가 되어 안락함을 얻기를 선택했다. 우리는 인간을 너무나 사랑해서 감당도 되지 않고 되려 고통만 주는 자유 보다는 차라리 핍박당하더라도 안락한 노예의 삶을 되돌려 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며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걸작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악행을 저지르고, 그 악행을 가히 '악마적'이라고 할만한 의지로 관철하여 합리화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도 참 예술적이라, 그야말로 인물들이 곧장 페이지를 뚫고 뛰쳐나올 것 같은 생생함을 가지고 있죠! 역시 거장은 다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