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강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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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2-14 19:40:36 KST | 조회 | 81 |
제목 |
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감상[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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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보부 MI6에는 핵심적인 첩보부서가 있습니다. 이 첩보부는 '서커스' 라고 불립니다.
서커스는 '컨트롤' 이라고 불리는 대장을 중심으로 그 아래의 여러 부하들이 지령을 받아 첩보 관련 일을 하져..
헌데, 이 '컨트롤' 이라는 인간이 너무 나이가 먹고 첩보관련 일에 오래 관여되어 있다보니까 의심병이 도진겁니다. 그래서 계속 헛발질을 하다가, 결국 부다페스트에서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서커스에서 짤립니다.
컨트롤은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스마일리' 요원과 함께 서커스에서 나가구요. 스마일리는 무료하 생활을 하고, 컨트롤은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스마일리가 의뢰를 받게 됩니다. 바로 서커스 내부에 '두더지' 즉 소련 이중첩자가 있으니 그를 색출해달라는 거져. 바로 여기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영화는 매우 불친절합니다. 상세하게 설명해주지도 않고, 플롯은 느린듯 하다가도 휙휙 지나가고, 인과관계를 유추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야말로 영국적으로 불친절합니다; 그래서 추리과정 자체는 꽤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내용 이해가 쉽지 않네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커스는 러시아의 한 외교원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서커스에서 영국 관련의 영양가 없는 정보를 그 러시아인에게 넘겨주고, 러시아인에게 답례로 소련의 특급 정보를 받아오는 겁니다. 소련 놈들은 러시아 외교장관이 서커스에게 회유되었다는 사실을 모를테니, 영국에서 건너오는 싸구려 정보가 특급 기밀인줄 알고 좋다고 받으며 특급 기밀을 유출하겠죠.
그리고 러시아의 특급 정보를 받아든 서커스는 실적을 높이기 위해 미국과 연락을 취합니다. 우리한테 러시아 특급 정보가 있다. 니네 정보랑 맞교환하자...이런거죠. 하지만, 이 모든건 소련의 첩보원 '칼라' 의 계략이었어요. 애초에 서커스에는 두더지, 이중첩자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 이중첩자는 싸구려 정보인 척! 하면서 진짜 영국의 기밀 정보를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전달하고, 러시아인은 소련의 싸구려 정보를 영국에게 전달하는 거였죠. 그리고 영국은 그 러시아 싸구려 정보가 엄청난 가치가 있는줄 알고 미국과 거래를 한거구요...
결국, 이 모든건 미국의 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한 칼라의 계획이었던 겁니다. 영국은 단지 낚시바늘에 걸린 미끼에 불과했다는 거죠.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냐면, 당시 영국 정보부는 너무나 다급했던겁니다.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대영제국, 오르지 않는 실적, 부족한 예산...예산을 따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실적을 부풀릴 필요가 있었고,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러시아의 싸구려 정보를 특급 정보인양 받아들여버렸던 겁니다.
그런 면에서 팅테솔스는 단순한 첩보 영화가 아니라, 관료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바꿔 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첩보원들의 사회는 오히려 너무나 관료적이고, 스마일리가 "우리는 상대 체제의 약점을 파헤치는 일을 한다" 라고 말했던 것 역시 현대인들의 주된 업무구요..
냉전이 시작된 뒤로 최전방은 참호 속 병사가 아니라 관료 사회로 옮겨졌습니다. 고립되고, 옛날의 찬란했더 추억에 잠기고,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심하고, 실적을 부풀려야하고, 줄 타기도 잘해야죠..
팅테솔스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우중충한 회색 화면 속에 아주 잔잔하게 담아냈습니다.
첩보 영화이긴 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은 당연히 없고, 그렇다고 사건을 유추하는 과정에 뭔가 쾌감이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엔딩시퀀스를 보고 나면 담담했던 여러 감정들이 한 순간에 폭발하며 울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노래도 좋고 연출도 참 좋았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 한국에서는 오래 못살아남을거 같습니다. 제가 영화 보러 갔을때도 보던 사람중 반 이상이 영화 도중에 빠져나가더군요. 그렇게 재미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도 없겠고, 보면 후회 안할거라고 말할 수도 없겠네요
하지만 정말 아련한 수작 영화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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