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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11-06 20:49:27 KST | 조회 | 73 |
제목 |
심심하니까 도서관에서 가져온 시집이나 베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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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곡들(PRELUDES)
1
겨울 저녁이 통로마다에
비프 스테이크 냄새와 함께 가라앉는다.
여섯시.
연기 피운 하루들의 타 버린 동강이들.
그리고 지금 돌풍 소나기가 너의 발치의 시든 잎새들과
공터 신문지의
검댕이 낀 조각들을 싼다.
소나기는 쪼개진 차양과
굴뚝 토관을 때린다.
그리고 거리 구석에선
외로운 마차 말이 목에서 김을 내며 발을 구른다.
그리고 다음엔 가로등 램프의 점등.
2
아침은 의식을 회복한다,
일찍 여는 커피 노점으로 몰려가는
흙 묻은 모든 발들이
톱밥 짓이기는 거리로부터
희미한 김빠진 맥주 냄새를.
아침 시간이 다시 시작하는
또 다른 가장 무도회 앞에서
수많은 월세 방 속에서
우중충한 커튼을 올리는
모든 손들을 생각한다.
3
너는 침대에서 담요를 던지고,
너는 누워, 기다렸다.
너는 졸고, 밤이
네 영혼을 이루는 수많은 천한 모습들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천장에서 명멸했다.
세상이 다시 돌아와
햇빛이 덧문 사이로 기어들고
참새들이 낙수 홈통에서 재재거릴 때,
너는 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거리의 그런 모습을 보았다.
침대가에 앉아, 머리칼을 접었던 종이들을 비틀고
흙 묻은 두 손바닥으로
노란 발바닥들을 꼭 싸잡으며.
4
거의 영혼은, 도시의 한 블록 뒤로 사라지는
혹은 네시 다섯시 여섯시에
집요한 발길에 밟히는
하늘을 따라 틈새 없이 뻗어 있다.
그리고 파이프에 담배를 담는 짧고 모가 난 손가락들,
그리고 석간 신문들, 그리고 어떤 확신에 의해 확신을 얻은 눈들,
세상을 떠맡으려고 조바심치는
더러워진 거리의 자각
이들 이미지들 주위로 웅크리고,
그리고 달라붙는 심상들에 내 마음 끌린다:
어떤 한없이 순하고
한없이 아파하는 것에 대한 생각.
네 손으로 입을 한 번 훔쳐라, 그리고 웃어라:
세상이 공터에서 땔감 줍는 늙은 여자들처럼 돌고 있다.
허영심으로 ts엘리엇의 시집을 빌려왔는데 읽고나니 제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생각 밖에 안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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