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자세하게라
여튼 얘가 나한테 그냥 선배선배만 하고 말이 엄청 많은 편도 아니고 그러긴 했는데
같은 동아리거든요 근데 제가 이제 3년차니깐 나름 자유롭게 해도 되는데 얘가 막 같이 하자고 졸라서 뭐 꼭 그거때문은 아니지만 여튼 연주회를 하게 됐어요
그리고 동아리원들끼리 같이 노래방도 몇 번 가고 이건 뭐 별 거 아니지만 그래서 그냥 뭐 평범하게 지내다가 저는 얘 그냥 친동생같이밖에 생각 안 하고 있는데
얘가 갑자기 어느 날 오빠오빠하면서 주말 저녁에 밥을 같이 먹자고 그러는거에요
저는 당연히 동아리원 다 같이 먹는지 알고 그랬더니 둘이서만 보자고 먹자고 그러는거에요
솔직히 여기쯤 되면 약간 그런 게 생각나잖아요
그래도 이런 거 많이 당해봐서 그냥 막 그러려니 하고 주변인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근데 어떤 형이 걔랑 문자를 한 걸 보여줬는데 걔가 누굴 좋아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저랑 저녁먹자고 한 시기랑 이렇게 시간대를 이어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거임
그래도 끝까지 자신을 속이려고 노력했어요
약속은 약속이니 어제 저녁에 만났죠
그래서 뭐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물어봤죠
갑자기 왜 저녁 먹자고 그랬냐고 그랬더니 걔가 그 문자 뭔가 이상하지 않았냐고 물어봐서 제가 갑자기 오빠오빠 한 게 좀 이상하고 뭐 그랬다고 하니깐
자기 친구가 장난친 거래요
아니 차라리 뭐 그냥 다른 상담이나 아니면 자기가 밥 얻어먹고 싶다고 그랬으면 뭔가 덜 빡쳤을 거 같은데 친구가 그랬다고 하니깐 상상도 못 한 거라서 너무 뻥지는 거임
여튼 그래서 다시 물어봤어요 왜 친구가 나한테 그런거냐고
그랬더니 친해지고 싶었나 보죠 이렇게 말하는거에요
근데 대놓고 화낼 수는 없어서 거기서는 꾹 참았죠
그리고 뭐 그냥 소개팅 코스 비슷하게 하고 헤어졌어요
얼마 안 되서 저녁 잘 먹었다고 문자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았다고 하고 저한테 한 그런 건 왠만하면 다른 사람한테는 안했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렇게만 말했는데
걔가 막 그게 오해라니 뭐라니 변명을 하는 거임 자기 딴에는 변명이 아니였을 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냥 순수히 '미안해요' 이런 말 한 마디만 들으면 그냥 진짜
걔가 원래 좀 어린애 같고 순수하고 착해서 그런 장난하면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잘 몰라서 그랬겠지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래서 너무 빡쳐서 카톡을 한 40줄 넘게 보냈는데도
얘가 계속 미안하다고는 안 말하고 오해라고 그러는거에요
그래서 더 빡칠 거 같아서 그냥 잤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문자가 와서 또 이야기를 좀 했죠
근데 저는 사과 받아주기 싫고 너랑 이야기하기도 싫고 동아리하기도 싫고 막 그렇게 계속 좀 나쁘게 굴었다면 나쁘게 굴었음 근데도 계속 사과하는 거임
그런데 갑자기 또 자기는 원래 나한테 끌렸대요 뭐 그러더니 또 진심이었다는거에요
이게 뭐임 처음에는 친구 장난이라고 친구가 그냥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나보죠 이런 애가 이렇게 말하니깐 그냥 제가 보기엔 내 화 푸려고 거짓말하고 변명하는 걸로밖에 안 보여서 더 빡쳐서 또 더 거칠게 보냈음(물론 욕은 안함 여자애니깐)
그랬더니 갑자기 기숙사 찾아오겠다고 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