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밖 물레방앗간에는 방아소리 요란한데... 오늘도 웬 처녀 남의 눈길 피해 방아소리를 찾네. 달빛에 드러난 처녀, 눈에 익은
걸음걸이. 미풍에 스치는 처녀, 코에 익은 향기. 부엌의 음식냄새? 빨래터의 잿물냄새? 저장고의 와인냄새? 셋 중 하나
확실한데, 이 냄새는... 이 냄새애애애느으으은...?
정말… 정말 그 아가씨 불쌍해. 어디서 이런 오우거 같은 남자를... 오호, 물레방앗간이 웬수로다. 아니, 누구를 원망하랴.
그 밤에 물레방앗간으로 나오라는 말에 왜 아무런 경계심 없이 나갔더냐. 그 날 이전까지 청년은 처녀의 것이었지만, 그 날
이후로는 처녀는 청년의 것 되었도다. 달빛도 붉게 물들일 청년의 애타는 고백이여. 청년은 거부의 말도 못하도록 처녀의
입술에 감미로운 자물쇠를 채웠으니, 아아, 애닯도다. 애처롭다. 그 입술을 도둑맞음으로써 처녀의 자유는 이미 잃었으니, 새장에
갇힌 새요, 고삐채운 야생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