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詩)
윤동주(尹東柱)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最初)의 악수.
저게모양님 댓글 인용.
기숙사 타향살이 하게 될줄은 고딩땐 미처 몰랐고
등록금이 이렇게나 애환적인 돈일줄도 몰랐고
교수가 늙었다는것도...
고향의 동무들도 하나둘 흩어져 얼굴조차 한번 보기 힘들고...
저도 요 두달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듯 합니다.
고딩땐 뭔 내용인지도 몰랐던게 이제서는 피부로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