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하숙집 식구들인데 이젠 보지도 못하겠죠
2년 솔직히 너무 긴 시간이라서 기억을 해줄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정말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들마저 돌아서지나 않을까 무척 걱정됩니다.
같이 섞여 살아도 따라잡기 급급했던 세상에서
2년간 전혀 외진 이상한 곳으로 끌려갔다 오면, 다시 따라갈 수 있을지도 두렵고
그 긴 시간 속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나조차 망각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정말 친했던 친구들도 몇 년간 만나지 않다가 만나면 처음에는 어색하기 마련인데
아직 알아간 지 1년도 채 안된 사람들과 2년간 헤어진다는게 너무 두렵습니다.
알아왔던 시간보다 두배는 더 되는 시간동안 잊혀져 있어야 된다는게 억울하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대학에 합격했다고 뛰면서 좋아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친동생은 아니고, 그냥 아는 동생입니다. 이 녀석이, 제가 다녀오면, 어느 새 저보다 한 학년 위의 선배가 되어있겠네요.
짐을 싸면서 방이 서서히 비어가는 것을 느낄 때마다 일종의 상실감마저도 덮쳐옵니다.
군대 자체가 무섭다기보다는, 그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큰 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제 짐을 다 싸면, 컴퓨터를 끄고, 선을 뽑아서 그마저도 박스 안으로 집어넣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외부와의 모든 소통을 끊은 채 이제 슬슬 사라지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 같아서 우울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는데, 잊지 않겠다는 말과 달리, 과연 내가 잊혀진다면 어떻게 되는지 중2병 돋는 걱정을 하다가 남은 짐을 다 싸놓고 멍하니 컴퓨터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제 집에 가면 친적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인천으로 와서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그리고 서울 쪽에서 정말 가까이 지내던 몇몇에게 인사를 하고 나면(사실, 서울에 올라와서 정말 친한 사람들은 많이 못 사귀었습니다.) 이제 입대를 하게 되겠네요. 아마 xp를 다시 들어올 시간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잠깐일 것 같습니다.
xp는 친목이 금지라지만, 그래도 오면 댓글으로나마,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눴던 여러분 모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괜히 막 장황한 글 써서 되도않는 유명인 행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수줍기도 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이제 곧 컴퓨터를 끄고 짐을 마저 싸야될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