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마루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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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12-08 14:13:41 KST | 조회 | 351 |
제목 |
수능 성적표. 변한 아버지.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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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는 언제나 학벌 컴플렉스에 얽매여 계셨다.
서울대를 못 간 것이 은연 중의 한인 아버지는 항상 눈빛으로 나에게 S대, S대를 외치셨고,
수능을 150여일 앞둔 여름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도
"세상에는 두 종류의 대학교가 있다. S대. 그리고 나머지."
라는 말을 잊지 않으셨다.
나는 내 성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과 서울대 필수 과목인 국사를 시작했다.
무리하게 한 과목, 그것도 인터넷 강의에만 열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과목의 성적은 떨어졌다.
국사 점수 조차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9월달, 그 중요하다는 대수능 모의고사를 나는 말 그대로 '조지고' 말았다.
차마 부모님께는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매달렸던 수시 1차는 전멸했다.
절망하지는 않았다. 나는 '불합격'의 스크린샷을 프린트 해서 벽에 붙여놓고 공부했다.
마음을 죽였다. 친구들도, 가족도,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그토록 비인간적인 인간이 되었다.
오늘, 수능 성적표를 받고, 바로 집으로 달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에게 전화가 와있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버지."
"어, 그래. 집에 왔구나. 성적은 어때?"
아버지는 망설이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눈치만 잘 보면, ○○대학교 정도는 갈 수 있을거 같아요."
"그래?"
"네."
그러더니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뒤, 문득 아버지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고생했다. 이제 부자동문이니까 등록금은 반만 내면 되겠네. 하하하."
아버지는 웃으셨다.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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