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에 거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대학원에 가서 자신의 연구로 세상을 바꾸리라는 희망찬 전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연구했으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세상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도약으로 그를 강타했다.
1년 전, 형래 씨는 6개월 간의 신경과학 수업을 마치고, 그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그냥 아무것도 모르며 뛰어든 전공과목이었기에
A-라는 약간은 비참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신경과학에서 형래 씨가 새로 얻게 된 비젼은 상당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그의 심리학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 아직 미시적으로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이 뇌과학이라는 위대한 학문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림자 속에 살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인간의 거시적 행동을 설명하는 일은 현대 문명이 그토록 발전했지만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형래 씨는 생명과학으로 세상을 바꾸기로 하고 전공을 다시 택했다. 늦었지만, 어쨌든 그는 다시 만족했다.
분자생물학으로 대표되는 현대 생명과학 과목들을 하나씩 들어나가면서 심형래 씨는 인간의 미시적 세상에 대한 응용도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매우 위대하지만 여전히 발전해나갈 것이 많은 분야였다. 학문은 수천 명의 이름없는 박사들의 공로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고, 그것은 분명히 위대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힘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는 공부에는 맞아도 연구원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리라.
그는 다시 멈추고 세상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무엇이 세상을 바꾸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본과 공학, 컨텐츠가 세상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공학과 가까운 일을 하기 위하여 서울대 의생명과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하기 위해 인턴을 잠시간 하며 또한 군역 의무를 준비했다. 그러면서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분명 그는 계속 공부할 것이리라고 형래 씨는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원에 가기 전, 20대의 몸으로 위대한 것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할만한 것. 페이스북 따위의 SNS에 올리는 글이 인기를 끌어 가끔 칼럼을 쓰기도 하고 수백명의 팔로워를 모으며 수만명이 팔로우하는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그는 그걸로는 모자라다고 여겼다. 그는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자기가 자주 즐기던 게임을 통해서. 그는 인디게임 시장이 자신의 철학을 전파하기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당장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영위하는 그에게 사업을 펼치는 데에는 자본이 필요했다. 그는 다른 스타트업을 진행했던 기억을 통하여 몇천 만 원 가량의 투자를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그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진보시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할 지도. 적어도, 키보드로 쓸데없이 열올리던 시간은 줄이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이 다행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