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건 단순히 영화, 텍스트 문학처럼 게임을 주류 문화로 편승시키고 싶어하는 욕망의 발현일 뿐이다.
몇몇 소규모 인디게임들을 제외하면 게임은 자기 자신을 예술적으로 만들어보려는 그 어떤 의식적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 공예에 특정한 지적 흐름이나 현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산발적인 유행과 퇴조가 있을 뿐이다) 게임은 산업에서 시작했고 그 끝도 산업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한 가지 의문점이 드는 것은 전자 예술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 개발자들의 접근법이다. FEZ나 언더테일 같은 게임을 했을때는 나도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누구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도전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FEZ는 시각의 틀을 전환하여 퍼즐을 푼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것이 FEZ 게임 플레이의 키포인트이며 전체적인 플롯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언더테일은 탄막 슈팅게임 전투가 어떻게 일회성 스테이지로 그치지 않고, 전체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독창적이었고 새로웠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플레이 방식이 게임의 중심이 되었다. 이것이 게임으로써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예술적인' 블록버스터 게임이라 생각하는 바이오쇼크 등을 보라. 바이오쇼크는 뭐 물론 나름 총질 게임에 사회우화를 들고 온 기념비적인 게임이었다. 물론 그 사회우화가 단순히 -ist 희화화하기 정도에 그치긴 했는데, 어쨌든 우리는 바이오쇼크의 그 정신나간 아트워크와 유려한 레벨디자인, 그리고 철학적인 스토리를 성숙한 게임, 예술로써의 게임의 표상이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심오한 텍스트와 환상적인 세계들은 영화가 게임보다 훨씬 더 많이 보여줬다. 위대한 각본, 위대한 연기, 위대한 컨셉아트, 위대한 음악은, 현대에는 보통 영화라는 복합 예술장르가 거진 다 성취해내고 있다. 발전 속도도 게임보다 훨씬 더 빠르다.
그렇다면 게임이 굳이 영화를 모방할 필요가 있는가? 그것도 더 질나쁜 방법으로? 게임의 가장 큰 의의는 이 세상 그 어떤 장르의 오락보다도 창작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매우 밀접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비디오 게임들은 도저히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다.(나는 멀티플레이 게임 밸런스 논쟁 같은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콜오브듀티나 헤일로같은 슈퍼 킬링 타이틀부터 스타크래프트같은 RTS게임에 이르기까지, 블록버스터 게임일수록, 혹은 블록버스터를 닮고 싶어하는 게임일수록 그런 현상이 만연하게 퍼져있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그냥 기존의 것을 답습할 뿐이다. 과감한 독창성은 기획 단계에서 파기되고, 안그래도 수동적인 게임을 더 수동적으로 만들어주는 과장되고 강제적인 액션들이 계속 추가된다.
싱글플레이는 더 재앙이다. 1인칭 슈터로써 보여줄 수 있는 연출적 이점이 최신 FPS게임에선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휑한 맵에 일정량 리스폰되는 적을,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발사되는 온갖 휘황찬란한 액션 무기들로 다채롭게 죽인 뒤 이어지는 강제 1인칭/3인칭 컷씬을 볼 뿐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1인칭 슈터 게임에 영감을 받은 핸드헬드를 액션 영화들이 차용한다. 그런 영화 대부분이 AAA급 타이틀 FPS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이건 단순히 컷씬을 얼마나 더 잘 만드냐, 모션이 얼마나 더 부드럽냐 등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의 싱글플레이에서, 1인칭 슈터 라는 핵심 요소가 게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못하고, 그저 무비 클립처럼 짤막짤막하게 나뉜 컷씬들을 플레이하기 위한 재생 버튼 정도로 취급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