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프렌즈들이 이상한 조합을 간다던가 하는 건 아주 흔하디 흔한 일이다. 그 날 매칭된 피닉스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상대 공세가 스카이임에도 로공 유닛만을 뽑는 피닉스를 보며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무한 궤사와 해병 스팸을 돌리고 있었다. 정글의 법칙 맵이었지만 한 구역씩 맡아서 한다던가 하는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그 친구의 유닛중 상대 유닛을 때릴 수 있는 것은 태양 용기병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를 따라다니며 /춤 /환호 를 보여주는 것을 보며 역시 북미는 게임은 못해도 유쾌하고 긍정적인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무난히 게임이 끝나고 결과창으로 나오고, 그제야 난 그 친구의 아이디를 보았다.
....?? 닉네임이 특이하다... 저건 무슨 뜻일까...
나는 처음 영어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스펠링을 읽어나가다, 마시고 있던 커피우유를 코로 뿜고 말았다.
지 루 따 분
그렇다....그는 한국인이었다... 그는 고릴라들의 손에 길러진 타잔처럼, 우리가 잊고 살던 야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북미섭에 오래 서식한 것이 틀림없는 그 유저는 캐논 러시를 하던 그 알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바퀴만을 뽑던 그 아바투르처럼 우리를 낯설게 하는 그 짐승의 감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것이다.
나와 같은 한국 사람을 북미에서 우연히 만났고, 또 그 사람이 완전히 아메리칸 프렌즈가 되버린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그 사람을 대하던 나의 태도였다. 한국서버였다면 해병 점사로 유닛이 하나 하나 갈려나갔을 그 조합을 보면서 나는 재미를 느꼈고, 평소라면 도발로 여겼을 거신들의 캉캉 또한 유쾌하기만 했다.
우리는 게임에서조차 '최고의 효율' 과 '최고의 속도'만을 외치며 플레이한다. 또 그에 맞지 않는 플레이는 트롤링으로 간주해, 소위 말하는 '참교육'을 한다며 게임을 망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무엇이든 최고의 단 하나의 방법만을 따지는 플레이는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아군 사령관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을 하는 것이다. 협동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또 서로 의지할 수 있기에 아름답다. 레이너가 땡전순을 가면 머리가 나쁜 것일까. 카락스가 열차맵에서 타워링을 안하면 인성이 쓰레기인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군이 1인분을 못해서 게임을 질 수도 있다. 지는 것이 그렇게 큰 일인가. 협동전 승리 보상은 철저하게 경험치에 국한되어 있다. 경험치라는 것은 진다고 해서 깎이는 것이 아니다. 진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 낭비된 거라고? 어차피 협전밖에 할거 없는 협창인생인 거 다 안다. 블리자드가 승패에 연연하지 말라고 만든 컨텐츠가 바로 협동전임을 잊지 말자.
타인이 미숙하면 내가 더 열심히 해서 같이 좋은 결과를 얻는, 그런 문화가 한국에도 빨리 정착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