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vertical_prob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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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9-24 19:08:25 KST | 조회 | 800 |
제목 |
프로토스도 그렇고 기독교적 메타포는 진보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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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은유가 함유된 종족은 많습니다만... 왜 이렇게 다들 비슷비슷한 걸까요?
가장 좋은 예로 천사를 들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천사 군단'을)
기독교의 천사는 신의 첫번째 자손이며, 신의 의지를 지상에 표현하는 전사들이며 수확자들입니다.
(신의 자비를 강조하는 자비롭고 선량한 천사는 지구의 정세가 안정된 이후의 묘사이며, 지구가 전란에 휩싸인 과거시절에 천사는 전사로 통했습니다 -애시당초 어째서 천사를 '군단'으로 표현할까요?-. 그 잔재는 지금도 남아서 히어로 코믹스나 에픽 -SF든 팬터지든- 문학을 보면 '말도 못할 정도로 막강한 존재'를 '천사'로 비유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천사들. 신의 첫번째 자손으로서 대전쟁의 선봉에 섰었고, 인류를 위하여 인간에게 때로는 징벌을, 때로는 시련을 내려주는 존재입니다(많은 사람이 착각하는데, 사탄은 천사입니다. 신의 명령대로 인간에게 해악을 주니 말이죠. 기독교 본원에서 진짜 악마라 할 수 있는 존재는... 신에게 직접 반기를 든 루시펠... 일겁니다... 아마도...)
기독교를 빼면 시체가 되는 걸로 유명한 톨킨의 엘프들... 일루바타르와 발라의 첫번째 자손이며, 용의 창조자인 멜코르 군단과 열심히 치고 박았죠(마이아와 엘프 둘 중 어느쪽이 천사 메타포에 가까운지는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오가지만, 확실한건 멜코르는 사탄의 메타포를 물려받았다는것엔 모두가 동의합니다).
프로토스도 마찮가지입니다. 신들의 첫번째 자손이며, 모든 생명체를 위하여 무자비한 손속을 보이며, 한편으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존망을 걸로 투쟁합니다.
'프로토스=기독교 천사'라는 심증을 굳히는건 프로토스의 짝패인 저그인데, 천사 군단의 적수는 흔히 용으로 비유되고, 저그도 용으로 비유됩니다(쿠클칸, 티아마트, 요루므간드 등)....
...쓰고보니 정말 어이가 없는데... 서양인들의 창의력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군요.
마이너하게는 히어로 코믹스의 그린랜턴 군단과 맨헌터의 비유, 메이저하게는 엘프와 용의 비유가 프로토스와 저그의 메타포에도 그대로 대입됩니다(심지어 일본의 창작물인 에반게리온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고요!).
물론, 그 근원적인 테제는 [천사 군단 vs 용]이란 기독교적 테마에 기초한 것이고 말이죠...
....정말이지... 서양인들은 왜 이렇게 창의성이 없습니까?
솔직히 전 프로토스를 엄청 좋아하고 굉장히 빨고 있습니다만, 프로토스란 종족(더불어 저그란 종족)을 이렇게나 무성의하게 디자인 한건 도저히 견디기 어렵습니다. 너무 뻔히 보이잖아요?!! 기독교 메타포는 솔직히 말해 너무나 여러분야에 채용되어서 솔직히 전 곧이 곧대로 감동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동화도 그렇습니다. '행복한 왕자'의 왕자동상과 제비의 비유는 기독교 영웅담에서 종교색을 뺀 마이너 카피에 불과합니다. 근데 이 메타포가 얼마나 많이 채용되고 울궈먹어지는지, 서양문화 전체가 기독교문화의 하위장르로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니, 기독교 문화가 서양쪽에 다소간 영향이 있단건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나 노골적으로 기독교 메타포를 차용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물론, 전 반기독교주의자는 아닙니다만, 문화에서 종교색은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매우 좋아하는 스타크래프트에도 종교색이(특히나 기독교색채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예로... 프로토스가 '첫번째 자손' 운운하는것, 그리고 -마치 순교자를 기리는 것처럼- 아둔과 테사다를를 기리는 것이 없어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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