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MSL 이영호 이제동 경기였네요.
보면서 느낀것은, 그래도 스타2가 사람들이 생각하는것만큼 완전하게 이질적인 게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분명히 스타크래프트에서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했던 요소들을 대부분 끌어와서 지금 시대에 맞게 잘 보완, 추가한것은 사실입니다.
유닛이 뭉치는 것, 인공지능의 발달은 사용자로 하여금 조금 더 쉽고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나올수있는 것을 방지한다는 측면, 그리고 현 세대 게임 엔진 흐름의 특성상 나올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조금은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못한" 스타크래프트1의 시스템 속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는 프로게이머들이 더 멋있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UI나 AI에 대한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개발 환경이었기 때문에, 그 시대에 맞는 게임이 적절하게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상황에 맞아떨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제가 스타2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은, 개발팀이 게임 양상이 고착화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타1의 경우도 1세대 프로게이머들을 걸쳐(당시 경기를 보면 지금의 시선으로는 굉장히 난잡한 전략과 조합들이 많았습니다.) 임요환, 홍진호 뒤를 이어 이영호 이제동과 같은 걸출한 선수들이 이 빌드들을 고착화 시키고 어느정도 기반을 토대로 다양한 바리에이션들을 만들어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대충 게임이 어떤식으로 흘러가고, 어느쯤엔 이런 싸움을 하고 있겠구나 하는 예상과 함께 기대가 가능했던 것이죠.
이러한 게임의 흐름이 가능 했던것은 90년도 출시당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이렇게 "스포츠화"될거라는 생각을 전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게임계 전체적으로 보면 RTS황금기에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이나 타이베리움 선등의 인기에 맞춰 출시된 하나의 RTS작품이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게임 양상에 대한 큰 밸런스 변화도 없었고, 그저 개발팀이 애초에 기획하고 개발했던 그 모습 그대로가 15년가량 이어졌던 것이죠.
"우연히" 누구도 의도하지 않게 우리가 사랑한 스타1 시절의 그림들이 만들어진것이고, 또 그러한 그림이 굉장히 선풍적이고 세계적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스타2는 최초 개발에 이미 "이스포츠"라는 요소가 염두에 있었습니다. 전담 밸런스팀이 꾸려졌고, 블리자드 자체의 대회 시스템도 마련되었습니다. 게임의 요소와 양상이 너무나도 난잡하고 자주 바뀌었고, 보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이제 조금 적응되고 할만하다"싶을 때면 어김없이 모두에게 빅엿을 선사하는 그 무언가가 종족별로 돌아가며 나타났습니다.
이는 특정선수가 특출난 스타일과 기본기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팬덤을 형성하는 문화를 저해시키게 만드는데 충분했습니다. 스1시절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이영호, 이제동 등 타고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해버리며 절대군주위 위엄을 나타낼수 있는 기반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다른 선수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빛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임 양상으로 변화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그리 좋지는 못하죠. 마린킹 이정훈, 폭격기 최지성, 프통령 장민철 "우리만 아는" 특출난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길게 가지 못했고, 더군다나 당시에도 그들을 스타플레이어라고 칭하기엔 저변이 너무나도 얕았습니다. 그들이 무언가 인기를 얻고 그 인기를 기반으로 어떠한 팬덤이 형성되고 하나의 문화가 현성되기 까지는 게임 자체가 강제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기 때문입니다.
한 게임이 드넓게 명성과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고착화"가 필요합니다. 너무 잦은 변화는 어떠한 전략이나 선수나 스타일이나 팬덤이 형성되기도 전에 그것들을 무너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뿐입니다.(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밸런스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분을 조정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예외적이겠죠.) 너무 게이머들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릴 것이 아니라, 기왕 큰 변화를 주고 싶다면 개발진의 소신대로, 다만 게임 자체가 망가지지 않도록 또 이러한 이스포츠의 "흥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다져갈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