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김유진이 재미없게 한다, 날빌을 한다 이걸 문제 삼는 건 잘못된 겁니다.

솔직히 날빌만 써서 우승한다? 그래서 초반에 끝나니까 재미 없다? 이걸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상대하는 테란 게이머들이 김유진에 대한 분석을 아예 안했거나 적게 했다는 것이고 솔직히 그래서 계속 김유진의 날빌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하면 그건 상대하는 테란 게이머들이 잘못한 거죠.

 

솔직히 김유진이 일반 프로토스들과 상당히 다르게 독특한 플레이를 잘하고 이런 김유진의 플레이가 다른 프로토스들과는 다르게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테란들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대응법을 못 내놓고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면

 

그동안 김유진이 아닌 다른 프로토스들을 상대했던 테란들은 주로 프로토스가 수비적으로 웅크리고 어떻게든 거신 모으고 멀티 가져가고 고위 기사 테크를 탄 뒤에 테란의 다방향 견제를 막고막고막다가 제대로 된 한방 교전으로 한방 꽝! 해서 승리하자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프로토스가 수비적으로 웅크리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이긴다는 이런 트렌드로 경기를 했기 때문에 테란의 다방향 견제에 계속 이곳저곳 빈틈이 생기다가 결국에는 누적 대미지를 감당하지 못해 6가스도 변변히 잘 돌리지 못한채 결국에는 무너지는 경기가 나오더라 이 얘기죠.

 

솔직히 프로토스들도 그동안의 플레이가 상당히 안일했던 것도 문제였던게 뭐냐면 지뢰가 문제다? 테란이 지뢰를 뽑아서 견제하기도 전에 프로토스가 테란을 견제할 수 있는 날빌의 수단은 다양하고 그 가짓수도 많습니다. 일단 전진 수정탑만 꽂으면 불멸자 올인이 됬든 예언자 올인이 됬든 프로토스가 우선적으로 날빌을 꺼내들 수 있고 프로토스가 극초반부터 날빌을 꺼내들면 테란은 맞 날빌? 그런 거 못합니다. 그냥 프로토스가 극초반 날빌을 꺼내들면 테란은 어떻게든 정찰을 해서 이를 맞춰가고 수비해야지 맞 날빌을 가지는 못해요.

 

테란이 무슨 전진 군수공장 공성전차 조이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진 우주공항 은폐 밴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건물을 전진해서 초반 날빌을 노려도 프로토스가 그 전 타이밍에 먼저 날빌을 꺼내들 수가 있거든요. 문제는 프로토스가 이런 플레이들을 잘 안하거나 노림수가 뻔한 날빌을 들고와서 날빌이 막히거나 아니면 무조건 웅크리고만 있다가 테란의 다방향 견제에 얻어맞다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자주 나왔던 것이죠.

 

이런 안일하고 수비적으로 웅크리는 프로토스들과 김유진은 달랐던 것이. 김유진은 테란이 날빌이나 극초반 견제를 시도하기도 전에 본인이 잘 갈고닦은 본인의 날빌을 들고와서 테란이 뭘 해보기도 전에 때려눕혔고 이런 플레이를 잘했다는 겁니다. 이게 김유진이 다른 프로토스들의 테란전과는 다른 점이었고 김유진의 이런 플레이는 무엇을 의미하느냐, 프로토스도 머리를 잘 써야 테란전을 잘 할 수 있고 프로토스가 먼저 선공으로 극초반 날빌을 꺼내들면 테란은 맞 날빌은 커녕 이를 맞춰가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죠. 게다가 김유진이 이렇게 나오니까 테란들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던 것이구요.

 

하지만 김유진이 핫식스컵에서 보여준 그 수많은 테란과의 다전에서 뭔가 깨달음이라도 있을 줄 알았던 이정훈이 오늘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스코어로 밀린 것은 순전히 본인 잘못입니다. 물론 김유진이 여태껏 봐왔던 프로토스들과는 전혀 딴판의 플레이를 하고 종잡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하는 프로토스이다보니 테란들의 머리가 복잡한 건 알겠는데 오늘의 이정훈은 전혀 그 머리 복잡한 것 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본인 플레이만 하다가 자멸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김유진은 이미 핫식스컵에서 보여준대로 수많은 테란전 다전을 거치면서 머리를 잘 쓰고 극초반부터 전략적인 날빌을 꺼내들면 테란들이 상당히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여줬으니까 일단 다음 시즌은 맵만 바꿔보고 지뢰 너프는 좀 유보를 하는게 낫다고 봅니다. 김유진 마저 별별 기상천외한 초반 날빌을 쓰고 다방면으로 머리를 굴려도 테란한테 압도적으로 졌다면 이건 큰 문제가 되고 밸런스 패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런 게 전혀 아니었잖아요.

 

일단 밸런스 패치는 하지 말고 맵을 바꿔본뒤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맵만 바꾼 걸로 테프전이 프로토스쪽으로 좋아질지를 말이에요.

밸런스고 나발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짠걸 욕한다는 것부터가 노답.

상금이 걸렸는데 체면 가리게 생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