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시장에 들어가면 그게 충분히 소비되면서 사람들이 그 상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적절히 향유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임.
E스포츠에서는 경기가 바로 상품이지.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E스포츠의 경기 역시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무게감을 다시금 느끼고 떡밥을 만들고 다음 경기를 기대하고 설레발 좀 치고 덕스러운 영상도 좀 만들어보고 하는 과정이 필요함. 그래야 사람들이 경기와 경기의 집합으로서의 <대회>에 대한 볼륨감을 느낄 수 있음.
근데 시파는 일정이 워낙 짧다보니 사람들이 한 경기 한 경기 단위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대회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음. 때문에 볼륨감을 느끼기가 어렵지. 특정한 경기 하나 나왔을 때 그걸 충분히 향유하기 전에 다음 경기가 있으니까. 어제 이제동이 3:1로 멋지게 토스 잡았지만 오늘 당장 4강에서 쳐발리면 8강과 16강 경기들은 향유할 시간도 없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상품이 되는 거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숙성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 비유를 하자면, 똑같은 12첩 메뉴를 내놓더라도 한 상에 차려놓는 거보다 서양정식이나 한정식마냥 순서대로 메뉴 하나씩 내놓으며 2시간을 질질 끌면 좀 블러핑이 되는 것과 같달까...월드컵도 한 달 동안 하니까 월드컵이지 일주일만에 끝나면(실상 결승 진출팀이라고 해도 7경기 밖에 하지 않지.) 뭐...얼마나 인기 끌겠음.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느껴지겠지.
그런 점에서 경기 간의 텀이 있으면 대회가 좀 두텁게 인식되지 않을까 싶다. 3일 정도만 되어도 개별 경기의 무게감이 좀 다르지 않을까.
내 글은 아니고 시즌2시파때 포모스에서 본 글을 걍 갖고옴.
그파가 2일밖에 안하길래 이글이 갑자기 생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