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해군나오신분?

방금전에 해군 신청했는데

신체조건만(177.77) 적고 가산점 항목에 아무것도 해당사항이 없어서 안적고

고교생활도 행정관련 어쩌구 동의하니까 알아서 성적조회한다고 해서 그냥 뒀습니다

해군 경쟁률 쎄나요?

붙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일반 기술병이 좋나요?

아니면 괜찮은 부서 추천좀

수정가능하니까요

2005년 12월 입대하여 2008년 2월에 해군 병장으로 제대했구요. 질문하신 내용과 더불어 해군이 여타 군과 다른 점들 몇몇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쟁률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6:1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합격 된다고 해도 훈련소 가입소주에 인성검사를 실시하여 탈락 되는 몇몇 경우도 있지요.

일반 기술병이라 말씀하시는 걸 보니 해군 병과에 대해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요. 육군의 보병에 해당되는 직별로 갑판병이 있습니다. 갑판병의 경우 차후 전입이나 부대 편제에 따라 행정병이나 조리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대한민국 모든 조리병들 중에서 함정에서 근무하는 조리병이 가장 빡셉니다. 출항을 나가게 되면 아침, 점심, 저녁, 야식, 심야식, 이렇게 5끼를 먹게 되는데요. 정말 쉴 시간도 없을 정도로 고된 강행군의 연속입니다. 더군다나 조리병이라고 밥만 하느냐? 그것도 아닌데요. 페인트칠이나 출입항 등, 함정에서 수행하는 기본적인 임무 전반을 다 하게 되는 멀티 플레이어로 자라나게 됩니다. 단, 보급 물품이 풍족하기 때문에 나름의 권력과 복지를 손에 얻을 수 있긴 하지요. 좋다는 기준이란 게 서로 다르기 마련인데요. 제가 판단하기에 일도 적당히 힘들고, (함정에서 근무하는 이상 쉬운 보직은 일절 없습니다. 단, 의무병이 개꿀이고, 그 다음으로 이발병이 있긴 하지요. 그럼에도 육상근무 보다 힘듭니다.) 나중에 여러모로 도움 될 만한 보직으로 전기병이 있습니다. 혹시나 프라모델 만드는 취미나 이런저런 손재주가 있다면 보수병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해군이 다른 점 몇 가지를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해군은 크게 해상근무와 육상근무 둘로 나뉘어 지는데요. 전자는 일이 힘들고, 매우 고됩니다.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천안함 사태가 있었는데요. 천안함은 초계함(ppc)인데, 이 배와 더불어 고속정이 여러모로 많이 힘듭니다. 시설이 낙후되어 있고, 특히나 평택 2함대 같은 경우 언제 출동할지 알지 못하는 긴박함과 긴장의 연속이지요. 함정의 태세에 따라 휴가나 외박을 못 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군은 특이하게도 6개월 이상 근무한 병들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십중팔구 해상근무에서 육상으로 전출을 가게 되곤 하는데, 여기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배는 힘든 대신 재미있고, 무엇보다 끗발이 금방 찹니다. 육상의 경우 2차부대이기 때문에 상병과 병장이 대부분이라 일병이나 상병이 되어서도 막내생활 하는 일들이 부지기수 입니다. 대신 배 병장보다 육상 이병이 훨씬 몸이 편합니다.

당장에 궁금하실 점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요. 제가 훈련소에 있을 땐 가입소주 포함 총 7주간 기초군사훈련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사건, 사고가 터짐에 따라 기간이 5주인가, 4주로 줄어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생방이 제일 빡셉니다. 육군 나온 제 친구들 보고 화생방 15분 하면서 군가 3곡 불렀다고 하면 다들 뻥으로 알아 듣습니다. 여기서 팁을 드리면, 화생방 훈련장에 들어가면 숨을 못 쉬고 되고, 눈, 코, 입 할 것 없이 침이며 물이며 콧물이 줄줄 흐르게 되고 기침을 멈출 수 없게 됩니다. 5분 정도라면 그냥 버티지만, 교관들이 기침이 멈출 때까지 밖으로 보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돌아버리는데, 이때 억지로라도 트림을 하게 되면, 숨통이 트입니다. 이 점 꼭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