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파혼한 이길석(가명·29·공무원)씨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저축한 돈 5000만원에 대출 3000만원을 보태고, 부모님이 주신 돈 3000만원까지 합쳐서 서울 강북에 전셋집을 구하려 했다.
양가가 상견례 하던 날, 장모 될 사람이 "동네 수준이 사람 수준을 결정한다"면서 전세금이 훨씬 비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집을 얻으라고 요구했다. 속이 상한 이씨 부모가 "그러려면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아직 아이도 없는 부부가 그렇게까지 무리할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 여자 친구 부모는 "그 정도도 못해주느냐"고 했다.
이씨는 허탈했다. 양가가 집값을 보태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혼례문화가 남자에게 많은 걸 요구하니까 어느 정도 맞춰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돈 없으면 결혼 안 하겠다'고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