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프로의식이 없고 가질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도 어떠한 공신력이 있는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것의 규칙과 포맷에 동의한다는 암묵적인 약속과 같습니다. (암묵적이라는 말이 참 애매모호합니다.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도의적인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되거든요.) 고로 마지막 경기가 나니와에게 쓸모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나니와에게는 도의적인 책임이 주어진 것이고 그것을 저버렸기때문에 이렇게 주구장창 욕을 먹고 있는거죠.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탈하지 않고 경기를 치르기만 했으면 이미 그 의무는 다한것이다'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 - 혹은 저와 생각이 비슷하신 분들 - 는 경기에 참여를 했으면 할수있는 최선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납니다.(이 부분은 도의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달라질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니와를 옹호하는 입장도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너를 중시하는 서양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이 중세의 기사도일텐데요. 중세 기사들은 결투 전에 오른손으로 투구를 살짝 들어올려 서로에게 얼굴을 보이는 행동을 취했다고 합니다. 바로 경례의 시초라고 할수 있겠죠. 승부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바탕으로 하는 것 입니다. 결투를 하려고 나왔는데 상대가 그냥 승마복에 와인잔을 들고 나왔다면 그것은 이미 승부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조차 상실한게 아닐까요?
취미든 직업이든,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한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