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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lOv)LeeKoon
작성일 2011-09-09 03:25:59 KST 조회 193
제목
왜 이분은 언급 안함요?
'웅성웅성'





아제로스에 위치한 작은 마을.

가구수가 몇십 호에 지나지 않는 이 조그만 곳에

유래없는 대혼란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었다.





"아버지,빨리 짐을 챙기십시오.언제 센티널들이 밀어닥칠지 모릅니다."

"그래,서두르자꾸나...벌써 이웃마을은 습격을 받아 폐허가 되었다던데...."





불안감.

그리고 공포.

이성을 혼란케하는 몇가지의 감정들은

민초들의 커다란 동요를 불러 일으켰다.







얼라이언스는 최근 잇다른 전투에서 모두 패배하며

그동안 지켜오던 많은 그들의 대지를 타 종족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왕성이 위치한 수도근경의 몇몇 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도시는

이미 센티널이나 언데드 스커지에게 점령당한지 오래였고,

그 속도는 변방으로 갈 수록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많은 연합군의 뛰어난 장수들조차도

기세등등히 밀어닥치는 나이트엘프들의 힘을 막아내지 못했으며,

밤의 종족들은 호드와 스커지의 일부 땅들조차도 삽시간에 흡수.

대륙의 많은 부분에 그들의 트리가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은 오크나 언데드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호드는 언제나처럼 부족 전체가 유랑생활을 하며 항전을 계속하고 있었고

스커지의 경우는 지상의 모든 점령지에서 지저계로 근거지를 옮겨간 뒤,

차가운 얼음의 대지에 최후방어선을 펼치고 분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휴먼 얼라이언스는 거의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었으며

왕성조차도 겨우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지켜냈을 뿐.

나머지 영토는 속수무책으로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센티널 자체가 점령지의 분할을 놓고 내전(內戰)이 발발하지 않았다면

수도의 안위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얼라이언스의 현실은 암운이 잔뜩 드리운 상태였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지휘계통의 부재,많은 장수들의 전사와 은거로 인해

그 앞날이 더더욱 어두워 보이기만 했다.

바야흐로 그들의 암흑기가 도래한 것이다.







'휘이잉-'



찬바람이 싸늘하게부는 을씨년스런 골목길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루한 차림.

피곤에 찌든듯한 표정.

머리까지 뒤집어 쓴 후드 사이로 보이는 두 눈은

수도자의 그것처럼 고독하게 보이기만 했다.





사내는 작은 과일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다른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과일가게 주인 역시도 피난준비를 서두르는 듯,

가판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가재도구와 금고를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사과 하나만 주십시오."



메마른 목소리.

그 소리에 주인은 흠칫 놀란듯이 고개를 돌렸지만

사내의 행색을 보고 이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젖는다.



"지금은 바빠서 거지에게 공양할 시간이 없소.썩 꺼지시오."


"....저는 거지가 아닙니다."



사내는 품속으로 손을 넣어 뭔가 뒤적거리더니

주인의 눈 앞에 동전 몇개를 떨어뜨린다.

그것은 분명 위대한 건국왕의 초상이 그려진

대륙공용의 동화(銅貨)였다.



주인은 돈을 보더니 냉큼 그것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빠른 손놀림으로 봉지에 사과 몇개를 담아서 건넨다.



"옛수.사실 이 돈가지고는 한두개도 살까말까지만

어차피 다 팔지도 못하고 버릴꺼니 특별히 많이 주는거유."



상인의 생색에 사내는 사과를 받아들고 고개를 꾸벅인다.



"...고맙습니다.그런데 이곳에 지금 무슨일이 있습니까?"


"허,이 양반 소식이 깜깜하군그래....당신 혹시 여행자요?"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사내의 말에 주인은 혀를 끌끌 내차며 말한다.



"그렇다면 이곳을 빨리 떠나는게 좋을거요.

언제 나이트엘프 군이 밀어닥칠지 모르거든."


"나이트엘프......."



사내의 눈이 순간 빛난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미약한 것이어서

주인은 아무런 낌새를 느낄 수 없었다.



"왜 이런 곳까지 나이트엘프의 군대가 밀어닥칩니까?"


"이런 답답한 양반을 봤나......지금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줄 전혀 모른단 말이오?

왕국은 지금 멸망하기 일보직전이라오.하는 전투마다 다 박살나지...보이는건 군인들의 시체뿐이지....

몇 개월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대륙의 2/3가 정벌당했소!"


"...............!"



"휴우....그래도 여긴 왕성하고 가까운 곳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엊그제 소식 들으니 바로 옆마을까지 밀렸다더구먼.그러니 별 수 있겠소?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이렇게 짐싸들고 도망칠 수 밖에......."



주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탄식했다.

사내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었지만

그것은 두툼한 후드에 가려져서 보이지는 않았다.



"자,잘 알았으면 어서 당신도 떠나시오.

이런 곳에서 기웃거려봤자 엘프들한테 잡혀서 죽기 쉽상이지.

하긴 뭐 여기서 더 달아나봤자 왕성이 함락당하면 끝이겠지만 말이오....에휴."




주인은 그 말을 끝으로 사내를 무시하고 자기 할 일에 열중한다.

사내는 고개를 돌린다.

시선에 비친 거리의 풍경은 온통 피난민들로 가득찬

미래를 잃어버린듯한 사람들의 순례길과 같은 표정이었다.




"............."



하긴 이제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

사내는 자조하는 표정으로 쓸쓸히 거리를 떠난다.






어느새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어두운 골목 어귀에 접어들어서

사내는 사과 하나를 꺼내 입에 문다.



'와그작'





.....쓰다.

이 씁쓸함의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건가...








한때는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많은 적들을 물리쳤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눈을 돌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내게는 피맺힌 전쟁터에서의 싸움 말고는 남아있는게 없었다.





지쳐갔다.


너무나 많은 이들의 시선조차 이제는 부담스러웠다.


정점에 선 자는 항상 외롭다고는 하나


그 외로움은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떠났다.


나를 묶고있던 모든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안타까워하는 이도 있었다.


미안한 마음보다는 해방감이 먼저 들었다.


스스로를 되찾기 위한 여행.


나는 그 길 위에서 계속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정체를 알수없는 또다른 허전함은


다시끔 내 마음속을 비우고있었다.







".........어찌하다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되었단 말입니까....."




거대한 홀 안에 놓은 커다란 원형탁자를 둘러싸고앉은 4명의 그림자 중

흰 수염이 성성한 왕국의 최고위 마도사인 노인이 말한다.



이곳은 왕성에 위치한 대 회의장.

속칭 '영웅의 홀'이라 불리는 곳으로

얼라이언스의 모든 대소사가 의논되는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이다.



그 곳에서 지금 깊은 시름에 가득찬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젠장!!언제까지나 당하고만 있을수는 없소!!이렇게 멍하니 앉아만 있다간

우리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 왕성마저 함락당할지 모른단 말이오!!"



은빛 투구를 눌러쓴 강인한 인상의 드워프가 탁자를 내려친다.

산의 종족 드워프들의 가장 위대한 왕.

그 역시 분노에 가득찬 일갈로 답답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산왕께서 그러시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만....

우리에겐 지금 모든 것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식량도,군사도,기사단도.....이 모든 것을 얻을만한 시간조차 없습니다."



신중히 발언하는 이는 얼라이언스를 수호하는 성기사단의 최고위팔라딘.

신의 의지를 대행한다는 그들 빛의 기사들의 가장 존엄한 이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단장께서는 이대로 가만히 지켜만 보자 이뜻이오?"


산왕의 눈썹이 매섭게 치켜 올라간다.



"그러자는 말이 아닙니다.단지 무턱대고 전면전만을 벌릴수는 없다는 뜻이지요."


쌍심지를 돋군 드워프 노인을 향해 팔라딘은 진땀을 흘리며 해명을 한다.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있는 붉은 옷의 금발청년이

가장 상석에 앉아있는 마법사들의 수장을 향해 말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벌써 중앙내륙으로 진출하는 관문이 뜷렸다고 합니다.

방어만 하고 있다가는 산왕의 말씀대로 언제 이 왕성의 코앞에 다다를지 모릅니다.

지금이야 저들이 집안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조금 전진이 늦춰졌을 뿐,

하나로 통합되어 저들의 의지가 외부로 모여지게 되었을때

얼라이언스는 멸망까지도 각오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바늘로 아픈곳을 푹 찌르는 듯한 진언.

부정할 수 없기에 대마도사는 쓴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적은 비단 센티널만 있는게 아닙니다.

저 사악한 언데드 스커지의 무리들도 지금은 단지 힘을 모으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

언제 다시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낼 지 모릅니다.

또한 약해졌다고는 하나 오키쉬 호드 역시도 결코 경계를 늦춰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언제나 이러한 전화(戰火)속에서 스스로의 힘을 키워온 종족.

돌연히 우리쪽으로 밀어닥치게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강대한 힘을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꿔버린 붉은 엘프들.

그들의 고귀한 왕자가 내지르는 말은

홀에 모인 나머지 3인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했다.

너무나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것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손대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기에.





".......급보입니다!!!"



숨이 턱에 걸릴정도로 달려온 기사는

무례함도 잊은채 홀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부복한다.

중앙의 4인은 모두 그에게 시선이 쏠린다.




"중앙대로의 접경도시 중 4곳이 이미 함락되었습니다!!

이어 지금은 케일스트리의 계곡에서 접전이 벌어졌다 합니다!!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어서 지원군을!!!"


"케일스트리!?그 곳이 뜷리면 왕성까지는 불과 이틀의 거리요!!"


"수도방위군을 동원해야합니다.대마도사시여 결정을 내리소서!!"





그는 고민한다.

상황이 어느덧 이렇게까지 되어버렸다.

확실히 그곳은 군사적 요충지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도 당장 전군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최고결정권자는 언제나 냉정해야한다.

그곳을 지키기위해 군사를 돌린다면 다른 곳의 방어는 자연히 취약해진다.

케일스트리는 설령 점령당한다해도 왕성을 중심으로 수비가 가능하지만

후방의 방어진이 약해진다면 단번에 무방비가 되어버린다.

위험한 최선보다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차선을 택해야 함이

고뇌끝이 대마도사의 마음을 굳히게 했다.




".......지원군은 없소."


"대마도사시여!!"


"그 무슨........!!!!"




그는 괴로움을 표정 가득히 안은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 역시도 그곳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왕성은 얼라이언스의 최후의 보루와 같은 곳.

차라리 여기에 배수의 진을 치고 결전을 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안타까움.

이렇게 무기력한 때가 언제 있었던가.

4인의 표정은 오직 침통하기만 하였다.

운명은 그들에게 지금

너무도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었다.





대마도사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아련한 빛 속에서 다시끔 떠오르는 그 모습.

얼라이언스가 위기에 처해 있을때마다 구원자가 되어왔던 그의 그 이름.



'..........너무나도 당신의 빈자리가 커보이는구려......왕이시여....'



주름진 그의 노안(老眼)에 작은 이슬이 맿힌다.





기사단에 전달할 문건이 작성되었고

대마도사의 인장이 찍혀서 기사가 받아들고 나가는 순간

위대한 드워프의 전사는 대리석으로 된 탁자를 내리치고 말았다.







".......이 치욕을 무슨 수로 갚을 길 있단 말인가!!!!!"




산왕의 분노와 저주에 가득 찬 일갈이 홀 전체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쿠와아앙!!!'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궁병들의 화살이 난무하고 포병들의 포화도 요란하다.

높다란 구릉을 사이에 두고 양 진영은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하하하하하,어리석은 것들....저항해봤자 소용없다!!"



푸른 피부와 투명한 눈동자를 가진

차가운 인상의 나이트엘프가 웃고있다.

이미 적들은 지휘관이 없는 오합지졸들.

머리가 잘린 뱀은 꿈틀대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이후에는 학살 그 이상도 그이하도 없을 것이다.




"크으윽....병사들이여......목숨을 바쳐 전선을 사수하라..!!"



한 기사가 피맺힌 절규를 내뱉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배에 박히는 작고 날카로운 화살.

폐부를 찢어내며 목소리를 앗아간다.

곧이어 날아든 글레이브는 기사의 머리를 허공으로 날려보낸다.




"흣흣,곧 죽을 놈이 말은 잘하는구나."



혀를 낼름거리며 엘프는 글레이브의 피를 핥는다.





전황은 누가봐도 휴먼 쪽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최전선의 보병들은 제대로 된 진형을 잡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후위에서 지원사격하는 총병(銃兵)들은 목표를 놓친채 난사만 거듭하고 있었다.

이 곳은 왕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도시로의 경계.

여기가 무너지면 왕성까지는 이틀이내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이다.

죽음으로서 적들을 막아야했으나 상황은 그 죽음조차도 무의미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어찌 해야 하는가......?"




사내는 번민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모든 것을 잊고 홀가분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과거의 모든 것들은 단지 예전의 기억으로만 남겨두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인가.

머리로 생각하는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가슴은 이미 저 피흘리는 전장을 원하고 있다.





나는



완전히 잊은 것이 아니었었나.

아니 잊은 척 했던 것도 모두 거짓이었나.

아직도 이 운명의 굴레는 나의 발목을 잡아끌고 있었던 것인가....






무의식 중에 사내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들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거무튀튀한 싸구려 철검.

그것을 쥐는 순간 사내의 발은 전장의 한가운데로 달려들었다.





"뭐,뭐야?!"



엘프들이 동요한다.

버러지처럼 꽁무늬를 뺄거라 생각했던 저 인간족들이

갑자기 뚜렷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전방위에 타워쉴드를 높이 치켜든 보병들이 화살을 막으며 전진한다.

부채꼴 모양으로 넓다랗게 진형을 짠 총병들은 일제히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점사(点射)한다.


노도같은 기세로 밀려들던 헌트리스들이 하나 둘 쓰러진다.

뒤에서 측면사격을 하던 궁수부대들도 대열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이미 그들은 지휘관을 잃었을 터 인데...

저것은 잘 훈련된 군대의 정공법이다.

믿을 수 없다.

이것이 불과 몇 분 전까지 지리멸렬하던 자들이란말인가.....




센티널의 젊은 지휘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열을 정비하고 중군의 강화에 힘쓰라!!보병 부대는 남서를 향해 진군!!

총병들은 전방에 홀로 전진하는 적들을 일점사하라!!!"




사내는 소리친다.

초라한 후드에 볼품없는 철검을 휘두르는 그를 보고

병사들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아까부터 명령을 내려 줄 존재의 부재에 크게 당황하던 중이었던 그들은

느닷없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조건반사적으로 그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누구라도 좋다.

이 상황에서 그게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가만 있어도 죽을 몸이라면

명령에 죽고 사는게 군인답지않겠나.




전황은 순식간에 완전히 뒤바뀌어버려

이번에는 센티널들이 급작스런 패주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양익(兩翼)에서 긴 호를 그리며 달려나가던 일군의 병사들이

양쪽에서 에워싸는듯이 퇴로를 차단하면서

나이트엘프의 군대는 졸지에 사면초가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이다!!전군 돌격!!!!!"





돌진.

피가 난무하고 수많은 비명이 메아리친다.

사내는 그 중심에서 미친듯이 철검을 휘두르며

앞을 막아서는 센티널의 병사들을 베어나가고 있었다.






괴로운가?


아니다.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욱 힘이 솟는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마치 어제도 엊그제도 계속 되어오던 일상인 듯이


미친소리같겠지만 즐겁다.


즐거워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즐겁다.


피가 그리웠냐고?


아니다.


그리웠던 것은


검을 든 내 자신이 아니었을까.








몇 시간에 걸친 치열한 전투는 결국 얼라이언스의 승리로 끝이 났고

센티널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채 서쪽으로 퇴각하고 말았다.

부상자의 치료와 전사자의 수거에 분주한 전후의 휴먼 진영에서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듯한 한 기사가 사내에게 달려온다.



"위기의 순간에 군을 통솔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오.

얼라이언스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겠소."



검을 치켜들고 수직으로 긋는 기사단 특유의 경배.

사내는 수천번도 더 겪어봤던 그 익숙한 포즈에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는다.

물론 후드에 가려져 그는 보지 못했지만.



"...보아하니 어딘가의 기사단 출신인거 같은데....소속을 밝혀주시겠소?"



기사는 조심스럽게 사내의 정체를 묻는다.

혼란중에 병사들들 통솔하며 전투를 벌린 그 뛰어난 지휘능력은

군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기사가 아니라면 어림도 없는 일.

만약 기사가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 안되는 일이다.



혹시라도 왕성에서의 지원결정으로 급하게 파견된 기사라면

분명히 자신보다 윗선에 있는 자이므로

행색이 초라하다하나 그는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었다.




사내는 기사의 물음에

쥐고있던 칼을 조용히 품속에 갈무리한다.




"....나는 기사가 아닙니다."

"그렇소?그렇다면 귀하의 성명이 궁금하오.오늘의 공을 왕성에 귀환하여 아뢸...."

"....이름은 잊은 지 오래요."





쓸쓸한 말투.

그러나 그 속에 묻어나오는 알 수 없는 강인함.

기사는 그가 분명 예전에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으리라 추측했다.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몰락한 귀족집안의 후예정도 되겠지.

그렇다면 정체를 밝히기 꺼려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더 깊이 캐어묻는것이 예의가 아님을 깨닫고

기사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아무튼 오늘 일은 내 평생 잊지 않으리다.여행을 하시는 중이시오?"

"그렇습니다."

"부디 그대의 가는 모든 길에 신의 축복과 영광이 존재하기를."



얼라이언스의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주신의 기도.

기사의 다소 어색한 약식기도를 보며 사내는 다시끔 미소를 짓는다.

순간 바람이 불어 후드의 모자가 펄럭거리며 그의 얼굴이 드러난다.




".......길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새로운 여정을 신께서 인도해주시기를."




멍하게 서있는 기사를 두고 사내는 조용히 걸음을 떼었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이 이상하게 거대하게 느껴진다.

아까 전장에서 느낀 그 강인한 오오라보다도

등을 보이고 돌아서는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어째서 이리도 커보이는 것인가.




"......응?"




순간

기사의 눈에 사내의 허리에 찬 검집이 보였다.

황금색의 맹웅(猛熊)이 양각으로 새겨진 고풍스런 형태.




그의 기억으론

이 대륙의 모든 얼라이언스의 수호아래 살아가는 자 중

저러한 문양을 사용하는 이는 오직 한 사람뿐이다.





"서,설마 당신은............!!!!!!!"




기사는 황급히 달려가보지만

이미 언덕 너머로 사내는 사라진 후 였다.

바보같은.

어째서 조금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던가.

그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일을 할수 있단 말인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빨리 전령을!!!"



펜을 휘갈기는 그의 손길이 정신없이 바빠지고 있었다.









"뭐라고!!!승리했단 말인가!!!??"



대마도사는 벌떡 일어선다.

너무나도 의외의 결과.

그들을 희생함으로서 시간을 벌고자 했던 선택은

전혀 예상치못한 상황의 전개에 당황하고 있었다.



"어찌 그 병력으로 센티널을 막아낼 수 있었단 말인가....

그곳의 지휘관은 누구인가??아직도 우리 얼라이언스에 그런 용장이 남아있었다니..."


"저.....그것이......."



기사는 말하기를 주저했다.

성질급한 산왕이 냉큼 그의 멱살을 부여잡는다.



"대답을 않겠다면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놓겠다.빨리 말하지 못할까?!!"


"네,넷!!당초 지휘관이셨던 케인즈 경께서는 전투시작과 동시에 전사하셨습니다!!!"



사색이 되어버린 기사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고,

그 말에 산왕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지휘관이 전사했다??근데 어떻게 이겼나?적들의 수가 상상이상으로 적었던가?"

"아,아닙니다.그들은 센티널의 정예병들이 분명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된건가??자세히 좀 말해보라."



그제서야 산왕은 잡고있던 기사의 멱살을 놓았고

그는 켈록거리며 아픈 목을 부여잡고 말했다.




"어떤 한 떠돌이 기사가 홀연히 나타나 지휘를 한 뒤로

군의 움직임이 몰라볼 정도로 기민해져서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켰사옵니다.

센티널은 동원한 병사의 반수 이상을 잃고 뿔뿔히 흩어져 패주했나이다."



"떠돌이 기사??그는 이종족(異種族)이었나?"


"아닙니다.그는 인간이 분명했습니다."





승리의 확인.

그것도 최근 유래를 보기힘든 대승.

그것에 열쇠가 되었던 정체불명의 한 인물.

4인의 수장들은 그의 정체에 대해 순간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수가 없군요.난데없이 한 기사가 나타나 병사들을 구원하다니...

흡사 허무맹랑한 영웅소설과 같은 이야기라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게 말일쎄.도대체 그는 누군가??이름도 밝히지 않고 떠났나?"


"그렇습니다.그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기사의 말에 그들은 더욱 더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흠.....정말로 신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보내신 사자(辭者)라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군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이지만,어쨌든 이것으로 큰 위기는 넘기게 되었습니다."


"그것보다도 그가 누구인지 정말로 궁금해지네.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한 행동을 하였는가...

이 보고서대로라면 단순한 영웅심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산왕은 전령이 가져온 서류를 끄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기사는 품속에서 한통의 서신을 꺼내어 대마도사에게 바쳤다.



"....이것은 무엇인가?"


"총책임자이신 케인즈 경께서 전사하신 후 임시로 지휘를 맡고계신 맥도웰 경께서 보내신겁니다.

최고책임자이신 대마도사께 전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의문을 풀지못한 표정을 지은채 그는 편지를 꺼낸다.






잠시 뒤


한자 한자를 읽어내려가는


위대한 대마도사의 표정이 엄청난 속도로 격앙되어갔다.






"이,이,이것은...........!!!!!!"



그의 갑작스런 반응에

나머지 3인의 수뇌부는 동시에 어리둥절해졌다.

대관절 저 서신에 무슨 내용이 있길래

아까까지 침통한 표정만이 감돌던

그의 얼굴에 감격이 서리는 것인가.





"드디어.......드디어............"




눈물.

북받치는 감정을 참을 길이 없다.

노회한 그의 주름어린 얼굴에

청명한 이슬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린다.

'영웅의 홀'을 닫고있는 거대한 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고 있다.





새어나오는 눈부신 빛무리사이로

한 사내가 걸어들어오고 있다.



굳게 다문 입술.

총기에 가득찬 눈동자.

낡고 어두운 후드가 서서히 벗겨지면서

그 속에 감춰져있던 찬란한 검집의 문양이 빛난다.







시간은 멈췄다.



그 찰라와도 같은 짧은 경직됨속에서

대마도사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끓는다.






"돌아오셨습니까.......왕이시여......!!!"









그렇다.



나는 다시 돌아왔다.



이 길 위에 다시 서는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이제부터는 피하지 않으리라.



붉은 피가 나의 몸속을 흐르는 한,



모든 것을 걸고 다시끔 승리할 때까지.






그가 돌아왔다.



얼라이언스의 미래를 위해.






박 세 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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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미쳐버린천재 (2011-09-09 03:26: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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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리플 후 즐
잉여_흠알에치 (2011-09-09 03:26:4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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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룡!
JJ. (2011-09-09 03:27:0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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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
아이콘 재미없네요 (2011-09-09 03:27:1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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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콘 WCB_Take (2011-09-09 03:27:1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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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 frenz라는 팀이 있었을때까지만 해도 볼수 있었는데...
아이콘 Cool-Guy[예비역] (2011-09-09 03:27: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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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그reeN (2011-09-09 03:33:2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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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가 장회장을 방출만 안했더라도... 프렌즈는 길이길이 빛났을터인데
아이콘 그reeN (2011-09-09 03:34:0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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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국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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