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는 유닛 상성을 극복할 수 없다?사실 스타1도 오리지날 버전이 나왔을 때 지금의 스타1과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같은 패턴의 경기만 나온다며 재미없다고 판단하는 게이머들도 상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프로게이머들의 환상적인 컨트롤을 따라 하려는 유저들이 늘어가면서 스타1은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렇게 된 데에는 임요환의 역할이 컸다.

스타크래프트1의 전성기를 만들어 낸 것은 임요환의 환상적인 컨트롤과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2에서도 임요환이 보여준 마이크로 컨트롤이 가능할까? (사진=연합)
임요환이 유닛 상성상 럴커에 뒤질 수 밖에 없는
머린 한기로 버로우한 럴커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최연성이 벌처로 드라군을 잡는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선보였을 때, 김택용이 종족 상성상 뒤지는 저그를 때려잡을 때 우리는 희열을 느끼고 게임를 하는 그리고 보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스타2는 이런 부분을 느끼기 힘들다. 유닛간의 상성이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다. 임요환이 머린 한기로 럴커를 잡아내는
플레이를 스타2에서는 하기 힘들다. 물론 스타2에 럴커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유닛간의 상성은 컨트롤이나 전술로 극복하기 힘들만큼 너무나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들이 열광할만한 게임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게임을 하면서 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다 보면
더 많은 전략을 개발하게 되고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스타2는 이런 고민들을 단번에 해결하게 해준다. 그 유닛과 상성인 유닛만 생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다. 물론 상성 유닛을 생산할지 아닐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도 유저들의 다양성을 확보해 주는 부분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닛 상성이 조금 희석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모든 게임은 의외성이 존재해야 더욱 재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컨트롤, 전략? 스타2는 양과 조합 싸움임요환과 강민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전략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생각하고 사람들이 볼 때 입이 저절로 벌어질 만큼 기발한 전략들을 선보인 두 선수의 플레이에 스타1은 더욱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 유저들 역시 선수들의 플레이를 따라 하면서 자신만의 빌드를 만드는 등 스타1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동기를
부여하는데 다양한 전략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스타2의 경우 그런 부분이 너무나 부족하다. 우선 장기전을 끌고 가기가
정말 힘들다. 상대를 보면서 어떤 유닛을 생산하는지 꾸준히 정찰한 뒤 상성에 맞는 유닛을 구성하는 것 즉 병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스타1에
비해 월등히 중요하다. 아니면 그저 확장 기지를 많이 가져가 물량으로 승부하는 것을 제외하고 전략이나 컨트롤로 승리할 수 있는 요소는 별로
없다.
스타1의 경우 양에서는 밀리지만 뮤탈리스크 컨트롤 만으로 테란의 바이오닉 부대를 제압한다거나 상성에서 밀리는 유닛으로
상성에서 앞서는 유닛을 잡아내는 등의 멋진 플레이로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스타2는 그래픽이 화려할지언정 세심한 컨트롤이나 멋진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많이 생산하고 잘 조합하는 것이 전부인 듯해 아쉬운 감이 있다.
물론
같은 병력이라도 어떻게 조합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초반에는 분명 그런 부분이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몇 십
판 정도 하게 되면 경기 패턴이 똑같아지고 같은 유닛만 생산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컨트롤적인 요소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변수를 두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동안 스타1의 마이크로적인 면에 열광했던 대부분의 팬들에게 아기자기한 면이 없이 스케일이 큰 스타2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스타2의 전투장면
◆빠른 전투 스피드가 도리어
단점스타2가 3D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스피드였다. 아무래도 2D에 비해 3D는 게임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시험판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게임 스피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여기서 모순점이 생기고 말았다. 너무 빠른 전투 스피드 때문에 오히려 마이크로적인 컨트롤이 전혀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병력이 우르르 달려가 정신 없이 싸우다 승부가 금방 결정돼 버리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교전이 일어날 때 한
유닛이 다른 유닛을 일점사 하는 모습이나 무빙샷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스타를 하거나 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재미였을 것이다. 스타2에서
컨트롤적인 면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위에서 몇 번이나 언급을 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너무 빨라진 게임 스피드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게임 스피드를 줄이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다만 교전이 일어났을 때 내가 어떤 유닛을 공격하고 있는지 어떤
유닛을 어떻게 컨트롤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스타2가 이제
베타테스트에 돌입했는데 내가 너무 비판의 목소리만 높인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베타테스트라는 것 자체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깊게 생각한 문제점을 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글의 길이상 여기서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