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뮤니티의 발전단계.
커뮤니티는 발전의 단계를 지니며 각 단계마다 나타나는 특징과 양상이 현저하게 구분된다.
①초기 커뮤니티
처음 커뮤니티가 탄생하였을 때에는 회원의 수가 적으므로 운영자가 행사가능한 권력의 절대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론 커뮤니케이션도 형성되지 않았고 컨텐츠도 적으므로 회원들에게 행해지는 압력의 정도도 낮으며 트러블도 거의 없기에 굳이 행사되지도 않는다.
이처럼 미약한 초기의 커뮤니티의 발전 성패는 주로 해당 커뮤니티가 지닌 컨텐츠를 통하여 결정된다. 왜냐하면 초기 커뮤니티에게 네티즌이 몰려올 유인 동기는 컨텐츠 외에 달리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운영자들은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는것이 중요하다.
초기 커뮤니티에서 각 등급의 회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운영직'이 가장 높으며, '간부회원'이 그 다음이고 평회원의 비율이 가장 낮다.
이 단계에서 커뮤니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게시판의 수는 적으며 주로 컨텐츠 위주의 게시판이 다수를 차지한다.
2. 운영진이 카페의 관리와 컨텐츠 제공을 동시에 행한다.
3.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없다.
현 상황에서는 그다지 갈등도 없고 충돌도 없다. 상당히 목가적인 분위기라 할 수도..
②전기 커뮤니티
한편 초기의 난관을 뚫고 어느정도 큰 카페로 성장하면 회원의 수가 크게 늘어난다. 이 발전단계에 도달하면 카페의 성장비율은 가장 높다.
1.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
2. 초기에 혼재되어있던 운영진과 간부회원 사이에 분리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운영진은 주로 행정적인 관리를 맡고 간부회원은 컨텐츠의 제공을 하게 된다.
3. 컨텐츠의 질/양의 갚이 크게 늘어나며 카페 성장 비율이 상당히 높다.
여기서부터 ③단계의 중기 커뮤니티에 발생하는 문제가 서서히 발생하기 시작한다.
③중기 커뮤니티
이 단계에 이르면 일부 커뮤니티 내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이전 단계에서는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회원간의 충돌이 카페내의 주요 문제로 발생하면서 간부회원과 평회원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된다.
회원의 수가 많아진것도 한 이유이지만 그것만으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건 아니다. 이 병목 현상을 원만하게 해결한 카페의 경우 회원의 수는 더욱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러블이 더 많은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우선 다음과 같은 상황이 주요 요인으로 추측된다.
1. 간부회원층의 성립·발전
②의 시기에 분화되기 시작되었던 간부회원층은 이 단계에 이르면 확고부동한 계급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계급으로서 간부회원층이 특별히 성립되는 이유는 현재로선 자세히 알 수 없으나, 필자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간부직 이상의 회원들은 게시판 외의 방법(이를테면 채팅방, 메신져, IRC 등)으로 교신하며 이 상황에서 친분이 생기고 이것은 서로 동질성과 같은 그룹으로서의 소속감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동질성과 소속감, 그리고 친밀감은 자주 교신을 할수록 서로 상승세를 일으키며 간부회원들이 닮아가도록 만들고, 이는 간부회원층을 직급 외의 끈끈함으로 묶도록 만든다. 여기서 가장 우려되는것은 간부회원 층 내에 다양성이 파괴된다는것이다. 다양성이 낮을수록 조직의 판단능력은 떨어지며, 특히 보고 싶은거만 보거나, 혹은 결론을 내놓고 이에 맞는 정보만 취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양성이 파괴된 간부회원층 사이의 회의는 집단극화현상(비슷한 판단을 지닌 집단 사이의 회의는 각 개인이 결론을 내릴 때보다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현상)으로 인하여 대다수 평회원들에 비하여 보다 상위의 회원으로 존재하면서 평회원들을 억압하고 카페 운영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간부회원층의 트러스트는 다음과 같은 명분을 지닌다.
1. 평회원들은 제공되는 컨텐츠만 찾고 떠날 뿐 타 회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신규 컨텐츠의 제공에도 기여치 않는다.
2. (이에 비해)간부회원들은 커뮤니티에 열심히 참여하며 여러 시기를 거쳐 수많은 컨텐츠를 제공하고 기여를 한다.
우선 알아두어야 할것은 이들 계층이 어떠한 악의를 지닌것은 아니라는것이다. 강경한 간부회원은 존재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이러한 강경한 회원이라 해도 어쨌건 악의는 없다(다만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강경한 회원이 존재하면 간부간 회의에서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생길 때 이 소수의 회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로 이성적인 판단을 지닌 회원은 권위가 있다 해도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다.
한편 강경한 회원이 존재하지 않아도 이러한 의사결정은 자주 행해지는데, 특히 회원들 사이의 심각한 트러블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선 운영진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간부회원과 운영진끼리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행동을 늦추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경우 '빠르게 행동'할 필요성이 커지고, 또한 합의를 이루어내려는 마음에 강경한 이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2. 간부회원층과 운영진의 긴밀한 관계
①,②의 시기를 거치면서 운영진과 간부회원들은 서로 매우 친분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운영진은 간부회원의 풀에서 뽑히기 마련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아예 그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러한 친분으로 인하여 상호간 영합이 발생하는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간부회원층이 대다수 평회원에 대한 고압적 자세를 취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간부회원에 의한 매우 적절치 못한 발언까지 종종 게시판에 등장함에도 그들에 대한 제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평회원들의 반발은 대다수의 경우 매우 미흡하거나 초보적이다(이를테면 인신공격을 퍼붓고 커뮤니티에서 탈퇴한다거나). 이것은 간부회원과 이에 영합한 운영진들에게는 자신들이 행하는 억압적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해주며 동시에 커뮤니티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강압적 규정을 만들어 신규가입하는 평회원들에게 규정에 동의할것을 서약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성립되어도 카페의 질서가 딱히 나아지지는 않으므로 간부회원-운영진층은 규정에 이러저러한 제재사항을 추가하여 내용을 보다 복잡하게 하는 한편 혹형주의를 택하여 회원들에 대한 강압적인 처벌을 시행한다.
3. 리더쉽의 부재
위에서 논한 간부회원층의 압력에 대해서 커뮤니티 최고운영자가 행하는 대응은 미약하거나 아예 없을 수가 있다. 권한이 없는것은 아니나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방법을 모르기에 지닌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며 특히 최고운영자를 둘러싼 운영자-간부회원의 강력한 영향력은 최고운영자가 그들의 뜻을 거의 그대로 따르도록 만든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최고운영자는 권한을 지니지 않는것이 아니다. 그저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법을 모르고 있거나, 혹은 해당 권한의 행사를 막는 '비공식적informal'인 압력이 존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한편 모든 커뮤니티가 이러한 단계를 명확하게 거치는것은 아니다. 이는 커뮤니티가 다루는 키워드(주제)의 성격에 관련하는데,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유의할 필요가 있다.
1. 사회적이고 가치판단적인 이슈가 다루어지는 커뮤니티.(정치, 사회, 역사, 경제)
2. 컨텐츠의 질이 매우 중요한 키워드를 다루는 커뮤니티.(정치, 역사)
3. 간부회원들의 질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커뮤니티 (애니, 코믹스, 게임)
한편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이러한 병목현상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1. 이공계 커뮤니티 (수학, 기계, 공업, 물리, 화학 등)
2. 중년을 위한 인생의 휴식과도 같은(?) 커뮤니티 (시, 사랑, 문학, 음악 등)
3. 비컨텐츠적 커뮤니케이션의 발생이 매우 어려운 커뮤니티 (자격증, 시험, 고시, 유학, 외국어 등)
④ 후기 커뮤니티
이 커뮤니티의 진행 양상은 ③의 상황이 어떻게 타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첫번째로, ③의 강압적 상황을 해결하거나, 혹은 해당 문제가 거의 발생치 않는 상황이다. 공식적 규칙과 비공식적 분위기가 상호 조화를 이루며 균형적인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가끔 존재한다.
두번째 경우는 강압적이고, 별다른 의미가 없는 차별에도 불구하고 해당 커뮤니티가 다루는 소재가 굉장히 인기있거나, 기타 다른 요인으로 인하여 커뮤니티의 크기가 굉장히 커지고 활발함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는 매우 많다.
세번째 경우는 강압적 상황이 커뮤니티의 발전을 왜곡하거나 방해하여 활발함이 죽어버리고 쇠퇴하는 현상이다. 다만 웬만큼 강력한 금제를 가한다 해도, ③의 단계에서 이미 컨텐츠가 확보되어있으므로 그러한 컨텐츠를 찾아오는 회원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네번째 경우는 간부회원 사이의 내전(!)이 발발하는 현상이다. 세번째와 구별되는것은, 커뮤니티가 어느 정도 크기가 있어야하며 동시에 최고운영자의 권위가 완벽하게 부정되어야 한다는 전제이다. 특히 간부회원 사이의 의견충돌이 세번째 경우에 비해서 매우 강력하다. 이러한 상황은 드무나 간혹 존재하긴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에 따로 다루려한다.
⑤ 말기-쇠퇴기 커뮤니티
커뮤니티들은 영원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쇠퇴하거나 파괴되는데, 이러한 경우는 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1. 게시공간의 파괴.
예를 들어 카페라면 해당 카페가 어떤 이유에서건 패쇄되는 상황이다. 요즘 흔히 나오는 저작권 위반에 걸린 것일수도 있고, 혹은 19금의 H한*-_-*글이 문제일수도 있다. 드물지만 아예 해당 서비스의 제공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는 경우일수도 있다. 만약 대여료를 지불하고 서버를 빌리는 사이트라면 대여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 커뮤니티가 다루는 소재의 고갈
소재가 고갈된다 함은, 예를 들어 게임이라면 해당 게임의 신작이 발매되지 않게 되거나, 아니면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의 방지를 위해서는 비슷한 부류의 소재를 계속하여 발견, 다루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것으로 커뮤니티의 각 단계를 고찰해보았다. 이러한 상황들은 명확히 구분되나 한편으로 혼재되어있으며, 다른 발전상황이 겹쳐서 등장하기도 하며, 기타 복잡한 여러가지 요인이 존재함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혹시 여러분께서 다니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어느쪽에 속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는것도 괜찮겠다.
한번쯤은 읽어보셧을 커뮤니티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