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OGRE5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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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10-03 00:02:05 KST | 조회 | 381 |
제목 |
첫번째 임진록 in 장충체육관 1만명+ 인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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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프로게이머 300여명…‘몸값 억대’스타 등장
빅게임땐 관람객 1만명 이상 몰려.
지난 8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대형 PC방 ‘메가웹스테이션’. 선물 보따리를 든 여학생들이 하나 둘 나타나 PC방 중앙무대 앞에 가방을 내려 놓았다. 오후 3시 무대 앞은 자리를 맡아놓은 가방들로 가득 찼다. 자리를 못 잡은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곳은 게임 전문 케이블TV ‘온게임넷’의 생방송 중계 현장. 학생들은 이날 오후 8시에 시작하는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보려고 대낮부터 몰려들었다. 방송 시작 10분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22)씨가 출연 준비를 하고 있는 분장실 앞에 팬들이 줄지어 섰다.
갑자기 30대 주부가 ‘스타크래프트 황제 임요환의 드랍쉽(게임에 나오는 전략의 일종)’이라는 책을 들고 분장실로 뛰어들어 왔다. “사인해 주세요. 우리 애가 임요환 선수 팬이에요.”
번쩍이는 우주복을 입고 헤드셋(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낀 프로게이머. 이제 그들은 근육질의 농구선수, 현란한 동작의 댄스가수와 함께 10대들의 우상으로 등장했다. 최근 서울대 뉴스사이트인 SNU나우(www.snunow.com)에서 ‘올해의 인물’로 뽑힌 임요환씨는 1년 전만 해도 서울 봉천동 주변 PC방을 전전하던 평범한 게임광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임씨는 “걸어서 1m도 밖에 못 나가는” 인기스타가 됐다. 그가 출연하는 게임 공개방송에는 평균 500~600명의 관람객이 모이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에는 팬클럽이 60개가 넘는다. 임씨는 작년 세계 최대의 게임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서 ‘스타크래프트’ 부문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 한해 동안 총 13회의 우승을 차지해 상금으로 8000만원을 벌었다.
임씨는 “재미로 게임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게임이 직업이며, 내 인생의 전부”라고 말했다.
임씨의 맞수인 김동수(21)씨는 소속 게임단인 한빛소프트에 입단하면서 연봉 2500만원 외에 주식 2000주를 받았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한빛소프트의 주가가 3만7000원대임을 감안하면, 김씨의 몸값은 1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김 선수의 아버지 김성룡(49)씨는 “처음엔 아들이 게임 때문에 대학에 떨어졌다고 속상해 했지만, 지금은 프로게이머인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부산에서 상경해 응원할 정도로 열성팬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가 주종목인 강병건(19)군은 작년 11월 MS 본사에서 열린 게임대회에 나가려고 대학 수학능력시험까지 포기했다. 강군은 “수능시험은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지만 세계대회 출전은 한 번도 얻기 힘든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군은 대학 진학 기회는 잃었지만, 이 대회에서 16개국 대표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해 5만달러(약 6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으로 떠오르자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한국에 ‘유학’을 오는 외국인들도 생겼다. 1세대 ‘용병’ 기욤 패트리(20·캐나다)를 비롯, 빅터 마틴(21·스웨덴), 베르트랑(21·프랑스) 등 각국에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기욤 패트리는 한국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캐나다의 유명 토크쇼에 출연했으며, 스타크래프트 유럽대회 챔피언이었던 빅터 마틴은 스웨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한국으로 왔다. 스타크래프트의 왕국에서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겠다는 것이다.
프로게이머들은 요즘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작년 말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에는 1만3000명의 관람객이 몰려, 프로농구 평균 관람객 숫자(7000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프로게이머는 또 10대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TV나 라디오방송의 단골 게스트로 초대받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 사이트 드림포에버(www.dream4ever.co.kr)가 서울·경기지역 초등학생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희망 조사에서는 프로게이머(9.5%)가 가수(8.1%)와 과학자(7.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온게임넷 제작 현장에서 만난 최종학(13·서울 개봉동)군은 “방학 때면 아침에 일어나 게임방송을 보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하다 오후에 게임방송 녹화 현장에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프로게이머의 전부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33명의 프로게이머가 한국프로게임협회에 등록돼 있다. 협회 등록 없이 활동하는 무명 선수들을 합치면 전체 프로게이머는 3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IT(정보기술)업체들이 운영하는 게임단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뛰면서 각종 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나마 게임단에 소속된 선수들은 평균 2000만~3000만원의 연봉을 받지만, 프리랜서는 각종 게임대회의 상금으로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고액 연봉에 스타 대접을 받는 것은 임요환 선수 등 몇몇 선수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한때 30여개에 달하던 프로게임단이 2000년 말 이후 계속된 IT산업 불황으로 4개로 줄어들면서 프로게이머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고정 수입이 있는 프로게이머는 4개 게임단을 통틀어 40명 내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게임대회 상금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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