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째 날 블리자드로부터 수상한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흰색 배경의 메모지에 빨간색 글자로 6월 24일이 강조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바로 그 24일에 특종을 드릴 테니 톱뉴스를 비워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메일을 보는 순간, WoW 확장팩? 디아블로3? 를 떠올렸지만 이미지 맨 아래에 스타크래프트2의 로고가 크게 박혀있는 걸로 봐서는 스타크래프트2에 한정된 소식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과연 이게 무엇일까요? 일단, 블리자드가 어떤 발표를 한다고 할 때 공식적으로 미리 예고하는 형태의 메일을 보낸 적이 전무합니다. 중요한 베타나 소식도 막상 그 날이 되어야 깜빡 발표하곤 했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다 자고 있는 새벽에도 터트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친절하게 미리 메일을 보내 그날 특종이 나온다는 것을 알린다는 것,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겸사겸사 블리자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단, 24일 단순 보도자료 배포형태의 발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날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매체 기자들을 초대할 것이며, 행사일이 다가오면 구체적인 정보를 추가로 공개할 거라는 설명입니다.
그 외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만, 기자의 마지막 질문 "진짜 기대해도 좋나?"에 "기대해도 좋다."는 답변을 수 차례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 머리가 더 아파옵니다. 출시일, 국내 가격, 싱글플레이, 멀티플레이, 베틀넷 2.0, 맵 에디터, 이미 나올 거 다 나온 마당에 블리자드가 이 정도까지 자신만만해하는 소식이 더 있을까요?
가장 첫 번째로 떠올린 것은 스타크래프트2의 추가 가격 정책이었습니다.
지난 4월 9일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일반판의 국내 가격을 69,000원이라고 발표하면서 '패키지 및 디지털 다운로드 구매 방식' 외에 스타크래프트2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구매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WoW를 즐기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특별한 구매 혜택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고요.
일반판의 국내 가격 69,000원이 발표되자 마자 수많은 논란을 불어왔습니다.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너무 비싸다’는 의견도 다수였기에 많은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추가 구매 옵션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WoW 3개월 정액권을 결제하면 스타크래프트2 구입시 30% 할인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배부하거나, WoW 1개월 정액권에 추가 비용을 더하면 1개월 동안 스타크래프트2를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다거나 간단히 생각해도 WoW의 현재 요금제와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 보입니다. 꼭 WoW가 아니더라도, 기본 스타크래프트 혹은 워크래프트 정품을 보유하고 있는 유저들을 위한 프로모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러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특별히 가격이 저렴한 '기간 제한 버전'을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정품 패키지의 절반에 해당하는 20~30 달러(한화 3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6개월 동안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 할 수 있고, 6개월이 지난 후에는 선택에 따른 기간 연장 구매가 가능한 방식입니다. 연장 구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요.
어떻게 보면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판매 방식이기 때문에 국내에도 비슷한 형태가 도입될 경우 상당한 이슈몰이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만, 3주전부터 미리 메일을 보내고 특별 행사까지 할만큼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두 번째로 떠올려본 것은 유즈맵 스토어의 실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입니다.
블리자드가 배틀넷 2.0을 설명하면서 빼놓지 않았던 것이 유저가 맵 에디터를 통해 자신이 제작한 맵을 자유롭게 등록하고, 만약 그것을 유료로 등록했다면 다른 유저들의 다운로드에 따라 실제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유즈맵 스토어'의 존재였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한 형태인데요,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 중에 하나인 도타와 카오스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지금도 상당히 많고, 아예 그 유즈맵을 차용해 하나의 새로운 게임으로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 (LoL) 또한 상당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으며, 애플 앱스토어만큼은 아니겠지만 아마추어 개발자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하고 보여집니다. 고작 베타테스트일 뿐인데도 정말 획기적이고 기발한 유즈맵들이 벌써부터 하나 둘씩 등장해 전 세계 게이머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니까요.
지금까지 유즈맵 스토어에 대한 개념 설명은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 배틀넷 2.0 안에서 구동되거나 존재하는 모습은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두 번째 후보로 올리기에 손색이 없는 이슈거리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즈맵 스토어 특성 상 유저들의 컨텐츠가 어느 정도 쌓이고 실제 유즈맵의 등록, 다운로드, 수익분배, 플레이 등의 과정이 함께 어우러져야 진정한 빛을 발하는 만큼 스타크래프트2 출시 전 특별 행사에서 발표하기에는 조금은 버거워 보입니다. 또한, 개념 정도는 이미 수 차례 공개된 것이니만큼 블리자드가 밝힌 '특종'과도 좀 맞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더 이상 나올게 있습니다. 솔직히, 몇 가지 더 소소한 정보는 있습니다만, 블리자드가 이렇게 유난을 떨 정도의 급에는 한참이 모자랍니다. 그럼 뭘까. 그럼 뭘까.
이 이야기 거리는 돌고 돌다, 결국 퇴근 후 간단히 맥주를 마시는 자리까지 타고 올라옵니다.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마구 마구 풀어내고 있던 중, Tei 기자가 갑자기 던지는 한 마디에 사방이 순간 조용해 집니다.
"신 종족 발표 밖에 없는데..."
Hector : "에이~ 설마"
Vito : "이미 스타2 신종족 절대 없다고 했는데요~"
처음에는 그 얘기를 듣는 누구라도 손사레를 치면서 아니라고 했는데, 이거 생각하면 할수록 '수상한 편지'에 적힌 특종에 너무나도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 각 매체에 거의 한달 전에 미리 메일을 보내 탑뉴스 자리를 비워달라는 부탁, 아무리 블리자드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자신만만한 어투의 "특종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까지 넣어서요. 지금까지 블리자드가 WoW 확장팩부터, 디아블로3 등등 깜짝 발표를 수도 없이 했지만 이 정도로 직접적으로 들이댄 적은 첨입니다.
실, 스타크래프트2가 베타테스트를 통해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지만 아직도 그 흥행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대가 변한만큼 스타1만큼의 대박은 어렵다, 잘하면 중박은 치겠다.'가 현재까지 게임계의 중론입니다.
근데, 신종족이 나온다면요? 글쎄요, 이렇게 된다면 게임 자체의 흥행에도 절대적인 부스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스타2를 기대하고 있는 e스포츠 계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오랫동안 형성되어 왔던 테란, 저그, 프로토스 구도가 완전히 깨지고, e스포츠 계에 신세력이 대거 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기반으로 그 동안 스타크래프트를 바라보는 블리자드의 오랜 염원이었던 신규 유저들의 자연스러운 유입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밸런스'입니다.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유저들에게 물어보면 현재의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종종 이야기합니다. 보통 유저들은 앞으로 확장팩 유닛들이 추가되면서 이런 밸런스의 틈을 해결해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 확장팩 유닛이 아니라 신 종족의 역할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24일 특종이 신종족이라고 할 지라도 7월 27일로 확정된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 편에 신종족이 포함되기는 어려울것입니다. 하지만, WoW 확장팩의 사례를 보건데, '이전부터 신종족을 고려해 왔고 비밀리에 개발해 왔다면' 신종족을 차기 확장팩에서는 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블리자드에게는 충분히 있습니다. 그걸 오늘, 24일날 발표해서 정식 출시 전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올려놓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글은 100% 추측입니다.
블리자드로부터 수상한 메일을 받을 때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고민들을 회식자리에서 공유해 보았고, 거기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혼자 묵혀두기에는 너무 아까워 이렇게 글로 한번 남겨보기로 결정한 것 뿐입니다.
한계선을 돌파해서 이 정도까지 오버한 것에는 최근 해외 소식통을 통해 들은 블리자드 내부의 보안 교육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정보도 한 몫 했습니다만 추측은 추측이겠죠.
어차피, 떡밥은 던져졌습니다. 24일이 되면 그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에 하나가 스타크래프트2인 만큼 블리자드가 던진 떡밥을 하나, 둘씩 풀어 헤쳐 보면서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경험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우리 같이 한번 즐겨봅시다. 댓글로 24일 블리자드가 발표한 내용을 미리 예언 해주세요. 24일 행사가 끝난 후 예언을 정확하게 맞추신 분들 중, 딱 한 분을 추첨해서 7월 27일 출시되는 스타크래프트2 일반판 패키지를 인벤이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엔타로 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