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공부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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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12-01 01:04:50 KST | 조회 | 310 |
제목 |
도타2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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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타2 세계챔피언쉽인 The International(이하 인터네셔널)에서 아마도 이 게임 역사상 가장 사연이 깊은 팀이라 할 수 있는 Natus Vincere(줄여서 Na'Vi)가 얼라이언스에 패배해 2위를 차지하면서 이 60만 달러라는 상금을 받고 대회가 끝을 맺었다.
우승팀 얼라이언스은 140만 달러의 상금을 얻었다.
게임으로 경기하는 분야인 E스포츠는 10년전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입지로 도약했다. 도타2 개발자인 밸브는 매년 열리는 대회에서 28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내걸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에서도 이정도 금액을 걸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선수는 이제 미국 이민국에서 프로 운동선수 명목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분야에 해당된다. 게임 경기는 수익성이 있을뿐만 아니라 굉장히 전문적이면서도, 감히 말하자면 정말 멋지다.
이런 팡파르의 한복판에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게임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말이다.
"Blitz(이하 블릿츠)"라고 불리는 윌리엄 리가 바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다.-모든 e스포츠에서처럼 도타계에서도 선수들은 게임속의 이름으로 불린다.
"나는 전형적인 한국가정에서 태어났고 이혼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블릿츠가 말했다. "함께 살던 제 어머니는 게임을 하는걸 굉장히 싫어하셔서 15,16세 정도가 될때까지 컴퓨터 같은걸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컴퓨터를 써보려면 아버지 집에 가야만 했죠."
"내 여동생의 전남자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도타를 같이 하자고 했는데 그 때 당시에는 굉장히 단순한 영웅이었던 스벤을 했던걸 아직도 확실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바로 도타에 푹 빠져버렸죠."
도타2는 겉으로만 보면 간단한 게임이다. 도타2에선 각각 5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의 플레이어들이 102종의 캐릭터(게임 내에선 "영웅"이라고 불린다) 중 하나씩 골라 다른 팀의 기지 중앙에 있는 "앤션트"라는 거대한 건물을 부수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웅들의 다양성 덕에 도타2의 몰입성은 실로 엄청나다. 도타2에서 캐릭터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그 게임은 이전에 했던 게임들과는 전혀 달라지게 된다. 블릿츠는 퍼듀(Purdue) 대학에서 경영과 고전문학 이중전공을 수료하고 졸업했다. 그는 꽤 훌륭한 성적을 받았고 LSAT 시험을 쳐서 로스쿨을 진학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도타에도 엄청난 시간을 쏟아보었고 세계구급의 "폭풍령" 플레이어로도 유명했다. 그는 프로가 되어 게임을 장래로 삼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는 차고넘치는 편이지만, e스포츠는 굉장히 최근의 현상이기에 극소수의 선수들만이 생계를 유지할만큼 돈을 벌 수 있다. 블릿츠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마도 생계수당 정도를 벌수 있는 선수들은 5~10퍼센트쯤 될것 같네요. 한달에 2,300~2,400정도를 벌면 생계수당이라 불러도 되겠죠?"
블릿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항상 부모님이 바라시던 길을 걸어왔어요. 학교에 가거라, 이걸 하고 저걸 해야만 한단다. 그리고 아주 약간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어졌는데 그게 정말 재밌다는걸 알게 된거죠."
많은 e스포츠 팬들과 선수들이 이런 느낌을 공유하리라. 그들이 하는 도타나 다른 게임들은 단순한 놀이 그 이상의 것이다. 이들은 다른 어느데서도 찾아낼수없는 경쟁심과 문화를 게임에서 얻고 있다. 사교적인걸로 유명한 편인 블릿츠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도타를 하기 전까지 저는 정말 소심하고 조용한 괴짜였죠. 주위 애들과 사회적으로 어울리는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전 도타가 제 인생의 시야를 사회적으로 넓혀줬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는 사회적 게임이니까요. 같은 팀원들과 함께 게임을 해야하는데 같은 팀으로서 서로 화를 내지 않고 잘 교류할 수 있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죠."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는 는 다시 게임을 생계수단으로 삼는걸로 돌아왔다.
"인터네셔널을 제외하면 최고급 대회들도 총 2만 달러의 상금을 걸지만 세네달 정도의 대회를 거쳐야만 받을 수 있죠. 도타를 이삼년 정도 하는건 멋지지만 어느 시점에선 미래를 생각해야합니다. 미래는 고려하지 않고 그냥 그럭저럭 하는 수준은 생계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블리츠는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게임하는걸 직업으로 삼다니 대단하네. 하고싶은걸 다 하는거잖아.' 그런데 이런 시각은 잘못됬어요. 게임을 생계수단으로 삼는건 많은 걸 희생하는겁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지원을 못받고 있고 다른 일을 가져야할뿐만 아니라 더 나은 직장을 포기해야하기도 합니다. 도타를 하는건 그만큼 부담이 크죠."
1년에 수십만 달러를 버는 최상급 선수들은 전업게이머가 될수 있다. 하지만 자라면서 게임과 사랑에 빠지고 결국 이 길을 걷게 된 대부분의 이스포츠 선수들은 다른 일을 병행해야만 한다.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먹고살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만 하는데 그러자면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성공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진다.
"난 뭐든지 이룰수 있다고 저 스스로에게 긍정적으로 말하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자면 너무 많은 장애물이 제 앞을 가로막고 있죠." 인터네셔널 우승 가능성에 대해 블릿츠는 이렇게 답했다.
"다른 이야기지만 항상 이해가 잘 안가는 게 있었어요. 만약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할 수 있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지금 내처지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도 정말 엄청나게 노력하고 모든걸 쏟아붇고 있지 않던가? 그게 항상 이해가 안됬어요. 물론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그래 아마 난 할 수 있을꺼야!'라고 말할순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죠."
블릿츠는 합리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 도타 선수들은 합리적이다.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블리츠도 도타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걸, 더 나아가 편하게 살만큼 벌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걸 잘 알고있다.
또다른 문제점은 게임에 여전히 낙인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다른 기존 스포츠 종목의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모든걸 포기하는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고 이는 예술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게임을 한다"는 건 여전히 미숙하고 미래에 대해 무책임한 게으름뱅이의 변명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블릿츠가 실패한다면 그는 몇년간 시장에 내놓을만한 기술을 배우지 못한채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되고 그의 이력서는 대부분의 사장들이 코웃음치면서 버려버릴 것이다. 그도 통계적으로보자면 실패가 거의 확실하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있다.
2013년 11월 14일, 윌리엄 "블릿츠" 리는 선수로서 자신의 도타 경력을 펼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늘 이거도 블로그에 올리고 딴거도 써볼까 했는데 결국 경기도 보고 빈둥대느라 다 못함.... 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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