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근거는 없는 개인적인 감상 위주
드디어 카를라 3부작을 다 끝냈습니다. 저번주 주말에 다 읽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감상을.
카를라 3부작인데 정작 순서는 1->3->2로 읽었네요. 물론 그 덕에 3부에 나오는 내용이 2부에도 아주 잠깐 나온다는 사실 같은 건 볼수 있었는데 영어로 읽어선지 얘가 3부에서 나오던가 싶었는데 안 나왔더라...하는 일도 벌어지고 그랬네요 orz.
카를라 3부작이지만 정작 작중 배경은 1부와 3부처럼 유럽이 아니라 홍콩 및 그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입니다. 그리고 홍콩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사실 카를라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아마 그런 사정으로 안타깝게도 영화화에서는 번번히 제외되는 것 같습니다.
The Honourable Schooboy
The Honourable Schoolboy는 주인공 제랄드 웨스터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가 훌륭한 가문의 자손이고 그 유산을 상속받을 지위에 속해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의 아버지가 남긴 언론은 모조리 파산, 분해되어버렸고 그는 그저 기자로서, 그리고 종종 영국 정보부 서커스를 위해서만 일합니다. 이런 그의 위치는 작품을 다 읽고나서 묘하게 영국-홍콩과의 관계와도 겹쳐져보였는데 홍콩도 영국입장에서는 Honourable Schoolboy가 아닌가... 한 때 거대한 식민지 제국이었던 영국은 이제 사실상 파산한 상태고 홍콩만이 유일한 식민지로 남아있습니다. 그나마도 작품 도입부분에서 서커스가 철수했다는 사실이 나오면서 기존의 통제력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고요. 과거 해가 지지 않던 대영제국에게 남아있는 한줌의 식민지인 홍콩은 다수의 언론사를 거느리던 제랄드 웨스터비의 아버지에게 (이미 고인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언론 기자인 제랄드 웨스터비와 같은 위치가 아닌가... 너무 무리한 해석 같기도 하지만(...)
피해망상
하여튼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가 결말지어지고 스마일리는 서커스의 수장chief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코니도 돌아오고 피터 길럼 등의 인물들과 함께 해피...했으면 좋지만 안타깝게도 사정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전작의 두더지가 워낙에 고위층(거기다가 실세)이었던지라 그가 남긴 흔적이 너무나도 크다보니 사실상 서커스를 뿌리부터 뽑아내 새로 심어야할 수준이었고 그런 묘사가 작품 초반부터 자세하게 나옵니다. 심지어 서커스 직원들도 당시 서커스와 스마일리를 침몰하는 배와 그 배에 새로 부임한 선장으로 묘사할 정도니;
그렇게 두더지의 뿌리를 뽑는 과정은 당연히 피해망상과 의심, 고통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해외 서커스 지부들은 사실상 모조리 철수되고(홍콩에서의 철수도 이 일환) 거기서 불러들여진 직원들을 속칭 요양시설에 쳐박아두고 해외에 심어두었던 요원들도 어떻게든 무사히 빼내오기 위해 노력해보고(정작 이를 통해 영국 대사관으로 무사히 피할 수 있었던 요원은 오히려 의심을 사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지기 전까지 거의 죽음에 이를뻔;) 도청기를 찾아내기 위해 건물 내부를 모조리 뜯어내버리는 등 전작이 아니었다면 정보부의 수장이 피해망상에 너무 빠져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그러고보니 말년의 콘트롤이 딱 그런 취급을 받았죠;)
이런 전면 재개조 중에도 스마일리는 정보부는 정보를 어떻게든 만들어내거나 거래로 얻어내야한다는 신념으로 기존에 두더지가 그렇게나 숨기고 싶어했던 내용, 그래서 발각의 위험을 무릎쓰고 중간에 개입해 물을 흐려놓았던 분야를 찾아내 카를라에 대한 반격에 나서보려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홍콩의 어느 거부에게 이르게 되었고 제리 웨스터비가 홍콩에 기자로서 투입되게 됩니다.
이 때 제리 웨스터비는 실제로 기자지만 서커스에서 요청이 있을 때만 서커스의 일을 도와주니 직업 스파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작품의 초반에 서커스 내부에서 흐르던 피해망상의 분위기가 제리 웨스터비가 홍콩과 동남아시아에서 정보를 캐내고 목표를 흔드는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계속 등장하고 이 과정에서 반쪽 스파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정체성이 작품의 후반 전개와 결말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그가 홍콩,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던 시기는 1974년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모두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전투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고 사이공은 함락 직전이었습니다. 반군의 사격이 빗발치는 동남아시아 공항과 대사관, 호텔들을 넘나드는 것은 당연히 생사의 위기를 몇번씩 넘기는 경험이었고 뿐만 아니라 서커스의 목표가 자신을 흔드는 그의 목숨을 실제로도 노려 그가 타던 자동차가 폭발하기까지 하던 상황이었죠. 그의 이런 피해망상에 정점을 찍는 것은 동료 기자였던 루크의 죽음이었습니다.
이 뒤로 뭐라고 쓴다냐
아 씨 어짜피 읽을 사람도 없나!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