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의 목소리 - 1

소년은 아직 꿈이 몰고온 기이한 황홀경에 도취되어 흐트러진 침대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 황홀한 꿈은 며칠 전부터 반복되어온 놀라운 환상이었으며, 반복되는 환영 속에서 매번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소년의 작은 가슴은 울렸다.

깊은 어둠 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에 휩싸인 허공 밑으로 수천의 입들이 나지막히 때로는 큰 소리로 읆조리고 있었다. 청록색의 강렬한 섬광이 새어나오는 수많은 입들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그 움직임은 마치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과도 같았다. 그리고 수천의 입들이 부르는 잔잔한 노래들은 명료하면서도 서로 뒤섞이며 화음과 같이 조화를 이루어 소년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그러나 잠에서 깨고나면 그 아름답게 울리던 뚜렷한 노랫말들이 마치 안개와 같이 흩어지며 기억에서 옅어지는 것이었다. 소년은 그 고혹적인 선율과 노랫말들을 간직하고 싶었다. 황홀한 잠에서 깨고나면 단숨에 사라져버리는 매혹적인 울림을 소년은 현실에서도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나 애꿎은 망각은 아름다운 속삭임을 불경한 주절거림으로 치부하듯 단숨에 휩쓸어가버렸다. 읆조리고 싶던 주문과도 같았던 노래를 기억할 수 없자 소년은 매번 황홀함으로 잠에서 깰 때면 곧이어 자신의 머리를 강타하는 망각의 파도에 다시 기분이 울적해졌다. 꿈 속의 내용을 적기 위해 깨자마자 적어낼 요량으로 곁에 종이와 연필을 준비하고나 심지어 손으로 연필을 꼭 쥐는 등 만반의 채비를 했지만, 그 시도는 그보다 더 기민한 망각의 파도에 의해 수포로 돌아가기 일수였다.

적잖이 억울한 마음으로 침대에서 나오면 소년은 늘상 아침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곁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를 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바쁜 손놀림에도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허나 소년은 그의 어머니가 자신의 꿈이야기에서 비롯된 애매모호한 환영을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가 품는 여러 장난스런 환상쯤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의 진중한 이야기는 단순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상상쯤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소년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에서 깨면 순식간에 망각의 저편으로 달아나는 노랫말들은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소년이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수많은 입들이 무언가를 읆조린다는 것 뿐인 모호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꿈 속의 목소리들을 더욱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욕심은 열을 내며 꿈이야기를 말할 때면 아기를 어루달래듯 다독이는 어머니의 태도로 더욱 강해져만 갔다.

소년의 꿈은 더더욱이 또래의 친구들에게는 관심 밖의 이야기였다. 소년이 친구들에게 꿈에 대해 말할 때면 친구들은 반복되는 꿈마냥 반복되는 소년의 이야기에 질려하는 태도였다. 처음에는 기이한 환영에 아이 특유의 호기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줬으나 매번 모호한 묘사로 시작돼서 끝이나는 소년의 환영은 이젠 아무런 흥미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매번 그 목소리들은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있었어!"

허나 소년은 그 목소리들이 들려준 노래들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소년을 매료시키고 그를 휩싸며 몸 구석구석을 울리던 고매한 노랫소리는 꿈 밖의 현실에선 형체도 실체도 없는 단순하고 더욱이 확실치 않은 환영일 뿐이었다. 소년은 자신이 경험한 환상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내가 그 노래들을 제대로 기억한다면 모두가 진지하게 들어줄텐데....

소년은 늘상 같을 수 밖에 없는 꿈이야기를 마칠때면 답답함과 울적함으로 그 간절한 바람을 곱씹어야했다.

이번에도 다시 그 꿈을 꾸기를 그리고 잠에서 깨어도 아름다운 노래들을 간직할 수 있기를

소년은 간절하다 못해 절박한 심정으로 침대에 누워 다시 꿈의 바다로 빠져들어 그 수천의 입들이 부르는 노래로 가득한 어둠을 만날 것을 기대하며 침대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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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은 존나 딸리지만 저의 환상을 적어보았습니다.

아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여

필력 굳이시네요 제 취향임 흡입력있음 너무 강하고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