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2004년) 픽은 하바드에서 이중전공프로그램을 듣고 있던 상태였다. 그와 나는 전쟁에 대한 장거리 토론을 하게 되었다. 나는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데 실패하면서 전쟁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내 말인즉슨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전세계가 미국의 지도자들은 거짓말쟁이다, 혹은 미국 정보기관들은 완전히 무능하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픽은 이 주장을 단호하게 되받아치면서 예방전쟁 교리를 계속해서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을 때 결점이 있다고 보았다. 픽과 나는 부시의 두번째 취임식이 열리던 워싱턴에서 만남을 가졌다. 우리는 어쩌다보니 대통령 행렬 근처에 위치한, 공화당 지지자들을 위한 관람석에서 그 춥고 따분했던 낮을 보내게 되었다. 대통령의 검은색 캐딜락 DTS가 우리 앞으로 지나가자 픽은 앞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방탄유리 뒤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는, 회색 유령같은 부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창문 올라가 있는건가요?"하고 픽이 물어봤다.
이라크에서 몇주간 전투를 치르는 동안, 내가 픽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본적이 있기는 한지 나 스스로도 확신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바로 그 때 공화당 관람석에서-어쩌다보니 젊은 백악관 연설문작성자 2명 옆자리에서- 픽이 해병대식의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민간인으로서의 픽은 욕설을 최대한 자제했다. Generation Kill의 초기원고를 읽고나서 그가 나에게 건내준 평가 중에는 "너무 욕설이 많군요"라는 내용이 있었다. 픽이 말한 그대로 옮길 생각은 없지만, 일단 그는 대통령을 엄청난 겁쟁이big pussy라고 불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방이 뚫려있는 험비를 타고다니는 미국인들은 뭐랍니까?" 픽은 외쳤다. "워싱턴에서조차 자기 창문을 못 내리고 다니는겁니까?"
우리 근처에 앉아있던 백악관 연설문작성자 중 한명이 픽에게 닥치라고 응수했다. 픽은 그대로 일어서서 웃어댔다. 픽은 관람석에서 떠나 사람들로 꽉찬, 음울한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고 나도 그를 따라갔다. (당시 갑상선 암에 걸려있었던 렌퀴스트 연방대법원장은 부시의 취임선서를 죽어가는 목소리로 주재했다. 방송에서 그 목소리는 마치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 같았다.) 픽과 나는 몇시간이나 군중들을 지켜보고 웃어대면서 돌아다녔다.
픽은 자신이 마음에 담아둔 것을 웅변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해병대에 대한 애정과 보수적인 본능을 유지한채 자신의 해병대 생활 회고록 On Bullet Away를 작성했다.
Evan Wright, Generation Kill: Devil Dogs, Iceman, Captain America, and the New Face of American War, pp.364-5.
세상 어디서나 쓰이는 레토릭
근데 나다니엘 픽이 저렇게 화낸 이유는 좀 다른데서도 있는데
1.이라크 해방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어서 자신도 나름 열심히 하고 기대도 컸는데 정작 나라에서 준비한게 없음
2.그가 있던 해병 제1정찰대대는 원래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고 그러는 부대인데 럼스펠드 등이 '야 우리 기동전 해보자'라더니 해병 1사단 사령관 매티스가 이런 은밀 침투 정예부대한테 재활용 험비 주고 훈련도 급하게 받고 투입됨...
알고보니 자기들 역할도 미끼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