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스타2의 테란이 너무 강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전 스타1에서 테란을 했었고, 스타2에서도 테란을 하는 입장에서 과연 스타2 테란의 어떤 점이 그토록 테란을 강하게 만들었는지 대충 분석해보죠.
참고로 이 글은 분석글이나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이나 그런게 아니라 오직 '제 판단'이니 모르는 점이 많아도 이해해 주세요. 설명 방식은 스타1 테란의 특징을 먼저 기술한 뒤 스타2에서 달라진 점을 쓰겠습니다.
1. 뛰어난 적응력
스타1의 테란에게 있어 장점은 뛰어난 적응력입니다. 대부분의 맵은 테란에게 유리하지는 않았지만 불리하지도 않았죠. 어떤 맵이라도 그 맵에 적응하여 플레이를 펼치는 테란은 토스나 저그 입장에선 골치 아프기까지 했었죠.
하지만 테란의 적응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맵이 아니라 바로 상대방의 플레이 스타일에 적응하는 순간입니다.
상대방이 저그라면 사이언스 베슬의 경우 이레딧을 뿌리거나 바이오닉+메카닉 으로 가고, 상대방이 토스라면 메카닉 주력과 사이언스 베슬의 EMP 등등... 비단 종족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이런 전략을 쓰면 그거에 적응해 이런 전략을 쓰는 등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던 테란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이것은 테란이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기는 후반에 가서야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후반 테란이 이기고 있을 때는 물론 테란이 경기를 주도하지만 초, 중반에는 테란이 상대방의 전략을 보고 그에 맞춰 전략을 짜는 식의 플레이가 주를 이뤘습니다.
또한 비록 부속건물이 있기는 하지만 건물을 띄울 수 있다는 점도 테란의 심시티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요인이였습니다. 여기서부터 스타2 테란과의 차이점을 보시죠. 스타2 테란은 스타1과는 다르게 경기를 주도합니다. 테란이 조합을 하면 다른 종족이 테란에 맞춘다는 점이 스타1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경기주도권은 테란으로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적응력이 아직도 테란에게 남아있다는 점이 밸런스파괴의 주 요인입니다. 주도와 적응을 동시에 하는 스타2의 테란은 실로 이미 심리적 지배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테란의 전략을 막아내고 이제 다른 종족이 전략을 짜서 가면 그것도 그거대로 잘 막고, 한마디로 공격과 방어, 주도와 적응 모든 것을 손에 쥐었다는 점이 스타2 테란 강점의 핵심입니다.
2.잡초같은 생명력
스타1의 테란은 잡초같은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토스나 저그처럼 건물을 짓는 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심시티가 가능했고, 건물을 띄울 수 있다는 점도 한몫 거들었죠. 기지가 거의 망해가도 커맨드센터만 띄워서 다른 곳에 정착한 다음 다시 SCV를 뽑는 새로운 출발도 가능했구요. 특히 테란은 역전의 가능성이 제일 많았던 종족입니다. 건물이 저그나 토스처럼 자동회복이 안되는 대신 건물과 메카닉은 수리가 가능했고, 바이오닉은 메딕이 치료를 해줬죠. 병력이 궤멸돼도, 탱크와 마인으로 끈질기게 방어하는 동안 다시 병력을 모아서 다시 가고.... 스타1 경기가 재밌었던 것에 테란이 큰 공헌을 했을 정도로 져도 이겨도 박진감 넘치게 머리를 굴리는 테란은 저에게 큰 추억이 되었습니다. 반면 스타2의 테란은 스타1에 비해 화력이 매우 강합니다. 그런데 이 강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스타1의 그 끈질긴 생명력이 아직도 남아있는게 문제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테란이 공격도 잘하고 방어도 잘하면 타종족은 이미 심리적으로는 거의 진 상태에요.
3.다양한 조합과 전략
스타1의 테란 전략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습니다. 전략 하나하나에 이름 붙이기도 힘들 정도로 전략이 다양했고 같은 전략이라도 경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습니다. 유닛 한 기가 추가되면 이기고 한 기가 부족하면 질 정도로 어떤 유닛을 쓰고 어떤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며 유닛을 조합하여 어디를 치고, 어떤 전략으로 상대를 공격하느냐 등등 사실상 테란의 전략은 게임도중에 생각해내는 게 더 많을 정도였죠. 스타2의 테란도 역시 조합과 전략이 다양하지만 그 조합으로 결국 한방치기를 한다는 점에서는 전략의 다양성 부족이라 볼 수 있죠. 또한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래가 없던 땡유닛 전략까지 나오는 마당에( 스타1 프로토스의 올질럿 예외) 이미 테란은 과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버렸다고 볼 수도 있죠.
4..플레이어의 실력
스타1은 꽤 오래된 게임이지만 테란이 각광받기 시작한 때는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임요환의 등장 전까지 테란은 저그도 아니고 토스도 아닌 뭔가 어중간한 종족이었고, 토스나 저그를 못하거나 초보들만 하는 종족 정도로만 인식이 되어 있었죠. 하지만 임요환 선수가 테란의 잠재력을 깨워 주었고, 테란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약이 될 수도 있고, 최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임요환의 업적은 이윤열에 와서 결실을 맺게 되죠. 이렇듯 테란은 그 플레이어가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정확한 판단력과 잘 돌아가는 머리를 가지고 해야되는 종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타2의 테란은 스타1과는 전혀 다르게 변했습니다. 그 어떤 초보라도 조금만 테란을 가르치면 쉽게 타종족을 이길 뿐만 아니라 잘하든 못하든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자 잘하는 사람들은 이게 종족빨인지 내 실력인지조차 헷갈려합니다. 이는 스타2의 테란에 있어서 좋아진 점이 아니라 굴욕적인 점입니다. 누가 하든 좋은 결과가 나오는 테란은 오히려 타종족보다 테란 유저들이 더 힘을 잃게 만듭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고 내용도 이상한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결론을 내보자면, 테란이 현재 사기인 이유는 물론 유닛 하나하나가 달라지고, 그 유닛들 스펙이 사기인 점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스타1 테란의 약점을 스타2테란은 보완했지만, 스타1의 강점은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것이 아마 지금 테란의 사기성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