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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비의왈츠
작성일 2008-09-05 00:31:39 KST 조회 209
제목
오늘 따라 로톤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2화]

"낡은 세라믹 아머 600골드, 세라믹 부츠 1206골드……."

 데릴라는 방금전 사냥을 끝낸 내 전리품의 가격을 매기고 있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아이템의 가격을 생각하니, 한 숨만 절로 나온다. 현재 내가 소지하고 있는 골드는 만 이천골드. 이것들을 팔아봐야 만 사천골드도 채 되질 않는다.

 "이것들 전부 매각하겠어요?"

 데릴라의 나지막한 물음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큐로 갈아버리고 싶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줄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사냥을 한 판 더 해서 레어를 먹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 수리좀 부탁합니다."

 나는 오르카의 흑랑주를 데릴라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것만…… 할 건가봐요?"

 데릴라의 의문스럽다는 눈빛이 나의 가슴을 헤집고 다녔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데릴라가 그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은 당연했다. 내 베오나리아 심판의 셋트는 이미 낡고 헤져버려서 이게 갑옷인지 누더긴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옛말에 자신의 장비는 몸에서 떼지도 말고, 항상 소중히 여겨라고 했다.
 누가 수리를 하기 싫겠나. 하지만 골드가 턱없이 모자라다.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데릴라는 한숨을 내쉬며 토템의 이곳 저곳을 살피더니 말했다.

 "미안해요. 가브. 당신이 소지한 골드가 부족해서 수리를 해줄 수가 없어요."

 털썩-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차디찬 바닥에 양손을 짚고 좌절 해버렸다. 데릴라의 말은 애인에게 '우리 그만 헤어지자' 라는 말을 받은 것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맙소사.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수리비가 부족하다니.
 어제까진 아무리 골드가 부족해도, 수리할 여유의 골드는 꼬박꼬박 나왔다. 하지만 뭔가.
 
 "대, 대체 수리비가 얼맙니까?"

 나도 모르게 떨려오는 목소리, 데릴라는 그런 나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진 말아줘. 인생의 패배자가 된 기분이야.

 "만 오천골드 정도 되겠네요."
 
 고작 천 골드가 부족하다.

 "음, 만 사천골드론 안될까요?"
 
 "미안하지만, 흥정은 사절입니다."

 데릴라는 냉정한 목소리로 대꾸하더니 오르카의 흑랑주를 내게 던져버렸다. 나는 급하게 그걸 받아 황당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녀의 큼지막한 역삼각형 등짝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 숨을 내쉬며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의 반대 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

 데릴라 나쁜 된장년...

 *

 핸돈마이어에 명물이 있다면, 바로 요정 슈시아가 운영하는 술집이다. 그녀가 파는  와인과 스테미너를 채워주기로 유명한 음식들은 맛 또한 훌륭하여 웨스트 코스트와 천계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오기로 유명했다.
 나는 힘빠진 걸음으로 그녀의 술집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그녀의 술집은 정신없이 복잡했다. 테이블을 꽉 메운 유저들과 정신없이 움직이는 종업원들의 모습이 시야를 가득 메워왔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슈시아가 나를 향해 들고있던 와인잔을 내밀며 반겼다.

 "어서와 가브, 오늘 따라 기운이 없어보이는걸?"
 "……."
 
 나는 그녀의 말에 대꾸할 기운도 없었기에, 대충 비어있는 자리를 하나 잡아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슈시아는 내게 다가와 와인을 들이키며 말했다.

 "꼴을 보아하니 렉슨에게 당한 모양이네?"
 "어떻게 그걸?"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있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패치로 인해 거덜난 자들이거든."
 
 슈시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여관을 두리번 거렸따.

 "예외가 둘 있긴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홀의 구석을 가리켰다. 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우, 운이 좋은 유저들이라고 해야하나?"

 그 외진 자리에는 수리비가 안들기로 유명한 문 엠프레스와 크루세이드가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삐까뻔적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낡아버린 심판셋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나는 뭣 때문에 인파이터를 했단 말인가.
 아, 그래. 어제까진 괜찮았어. 적어도 수리비 걱정은 안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뭐야. 내구도도 없는 템은 데릴라도 취급하지 않아.
 그나마 내구도가 있는 템을 팔아도 수리비론 턱 없이 부족해.
 실수로 모두 수리를 했다가 날려먹은 돈이 한 두푼이 아니야.

 난 대체...

 왜!!

 "하아……."

 내 한숨소리에 슈시아가 자뭇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신관이 되서 그런 표정 지으면 오던 신도 달아날걸?"
 "GBL교로 이적해서 오필리아에게 녹봉이나 받고 살까봐."

 그렇게 대꾸하는 내 시선은 크루세이더 에게서 떨어지질 않는다.

 푸른 빛이 휘감겨있는 우둘투둘한 내 양손을 바라보고,
 삐까뻔쩍한 십자기를 등에 메고있는 크루세이더를 바라본다.

 수리조차 하지못한 누더기를 입고 있는 내 불쌍한 몸을 바라보고
 갑옷에 기스라도 날까, 항시 '신성한 빛'을 켜놓고 있는 크루세이더를 바라본다.

 천원짜리 소주한잔 기울이기가 무서운 내 손을 바라보고,
 최고급 와인을 음료 마시듯 기울이는 크루세이더를 바라본다.


 아...

 나도 크루할껄... 

 

[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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