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나비의왈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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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9-04 22:46:43 KST | 조회 | 219 |
제목 |
오늘따라 로톤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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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로톤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 [1화]
위이이잉-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기계가 동작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알게 모르게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지어보였다.
초보자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핸돈마이어의 외딴 곳에는 유저들에게 아이템을 갈아주고,
소정의 수수료를 챙겨먹는 로톤이라는 괴짜 연금술사가 머물고 있다.
이 연금술사가 얼마나 괴짜인고 하니, 자신이 파는 것이라곤 '스테로이드' 즉, 마약품의 일종밖에 없고, 그 약물들에 중독된 사람들을 대놓고 등쳐먹는.
아주 사악한 인간인 것이다.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평소에 유저들은 그에게 가지 않고 대부분의 아이템을 데릴라라는 친절하고도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저렴한 가격에 넘겨버리곤 했다.
데릴라라는 아가씨는 외모답지 않게 출장 수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장장이들과 다름없는 착한 가격으로 수리를 해 줬기 때문에 유난히 인기가 많은 아가씨였다.
그녀와 로톤을 비교하자면 글쎄...
다른 사람들은 이 연금술사가 싫어서 데릴라도 취급하지 않는, 정말 쓰레기가 아닌 이상에야 로톤에게 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유달리도 사람들이 붐빈다.
나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과거에도, 또 지금에도 한 손에는 낡은 실키얀의 셔츠를 들고 로톤을 찾아온 것이다.
웅성웅성-
사람이 많을 만큼 소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그 소란스러움의 속에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했다.
"아저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엘리멘탈 마스터로 보이는 한 소녀가 눈을 부릅뜨며 로톤을 째려보고 있었다. 로톤이 또 사기라도 쳐먹은걸까? 소녀의 눈매가 자뭇 매서웠다. 조금만 더 건드린다면 마을에서 각성기라도 쓸 것 처럼 보였다.
"내가 뭘?"
로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자신의 뺑뺑이 안경을 고쳐쓰며 물었다.
"무려 50레벨 짜리 판금 방어구를 갈았어요. 그런데 무색 큐브 조각이 20개? 말이 되요?"
"아니, 그것 밖에 안 나온것을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로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보통 판금계열 아이템을 갈게 되면 무색 큐브 조각은 80개 전후로 나온다. 하지만 20개라니? 오늘따라 괴짜 연금술사가 한층 더 미친 모양이다.
"헛 소리 하지마요. 누가 떼먹은 거 모를 줄 알아요? 60개 더 내놔요!"
소녀는 주위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지. 기다리는 사람들을 다 밀쳐버리곤 로톤에게 악바리를 써댔다. 거참, 저런다고 해결 됐으면 예전에 해결됐지, 로톤이 어떤 인간인데...
"내구도 2짜리 판금 템 가져와서 나보고 더 달라고 하면 어쩌라는거야?"
로톤은 어이가 없다는듯 중얼거렸다.
"......"
내구도가 2라고? 무슨 소리야? 저 소녀가 판금을 끼고 사냥이라도 했다는 걸까?
그렇게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뒤쪽에서 줄을 서고 있던 한 여거너가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네오플, 패치도 참 아름답게 하는구나."
어째서 일까. 나는 그녀의 말을 흘려들을 수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게 말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드랍 아이템의 내구도의 랜덤이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다는 말은 아이템의 내구도가 랜덤으로 드롭된다는 건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금 먹었던 낡은 실키얀의 셔츠의 내구도를 확인했다.
(0/32) 낡은 실키얀의 셔츠.
......
저 황당한 내구도와 붉은 빛 글씨는 내 마음을 자뭇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나는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잘못 본거겠지. 본전치기 마저 힘든 요즘 같은 상황에 이런 막장 패치를 할리가 없다.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도 내구도는 변하지가 않았다.
"......"
믿을 수가 없다. 이러면 안된다. 기껏 본전치기가 시작되는 레벨인데, 이런 막장패치를 했단 말인가?
나는 절망의 나락으로 한 없이 떨어지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리비가 없는데... 이렇게 되면...
푸른 빛의로 빛나는 내 양손을 보며 나는 할 말을 잊었다.
지금까지 내 직업에 대해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지만.
오늘만큼은...
너무나 후회가 된다.
차라리 크루세이더를 할껄...
내...
유니크 토템의 수리비는 어쩌란 말인가?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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