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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Dark_side
작성일 2007-05-24 14:42:10 KST 조회 247
제목
심심하다면 읽어라
던파 공식홈피 던파록을 읽고있었는데

에피소드 13이 독왕 내용이더라고요.... 여자애 둘이서 뭐하는짓거리들이람 -_-

제 1 장. 비명

『아악!!』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 . 된거지. . ?>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기도 전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수십, 아니 수백마리의 붉은 색 루가루들에게
둘러싸여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눈에 익은 격투가 한명이 쓰러져 있었다.
내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던 비명소리는 아마 그녀의 것이었던 것 같다.
『저. . .저건 패리스? 그래. . . 난 패리스에게. . . . .』
그 때, 쓰러져 있는 패리스의 뒤쪽을 노리는 루가루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떡 일어나 그 루가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제 2 장. 독 (纛)

나는 독이 좋았다. 그 향긋한 냄새와 치명적인 아름다움.
어린 시절, 숲 속에서 독거미를 입에 물고 죽어가던 강아지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내 품안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고통스러워하던 그 강아지. 나는 울었지만, 단지 강아지가 불쌍하고 슬퍼서 만은 아니었다. <죽음.... 죽음이라.........>
<죽음. . . . 죽음이라. . . . . . . . .>

그 이후로 [독] 의 세계는 내 인생의 중심이 되었다. 격투가의 길로 들어서기를 다짐하고 몸을 단련하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각종 독을 수집하며 연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얼마전 나는 내가 그동안 모은 갖가지 독을 들고 로톤 영감을 찾아갔다. 로톤 영감은 놀라는 눈치였다.
하긴 누구든 놀라지 않겠는가.
『이 모든 독을 자네 혼자서 모은 것인가? 놀랍구먼』
『영감. 이것들을 한방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방에 쓴다. . . 옳지. 방법이 있지. 방법이 있어.』
로톤은 온갖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창고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부시럭거렸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까. 로톤은 버튼이 달려있는 달갈 크기만한 장치와 마스크로 보이는 물건 두개를 들고 나왔다.
『자 이 마스크를 쓰게. 자네가 모은 독들을 정제한 뒤, 이렇게 비휘발성 알콜이랑 섞어서. . .』
로톤은 내게 마스크를 건낸 뒤 자신도 마스크를 쓰고나서 내 독을 한데 모아 알콜인 듯 보이는 액체와 섞었다. 나는 마스크를 쓰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조그만 분사기에 넣고 뿌리면. . . .』
분사기에서는 내 독들이 기체가 되어 뿌려졌다. 뿌려진 기체는 주변에 넓게 퍼지더니 주변의 시야를 가릴
정도의 안개가 되었다.
『이건 독안개로군. 이야. 영감. 이거 멋진 걸? 고마워!』
『이 독안개 속에서 보통 생명체들은 수초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네. 자네 자신이 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 마스크를 꼭 챙기게. . .』
나는 푹 눌러썼던 마스크를 벗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는 이딴 거 필요없어. 그동안 수천가지의 독으로 단련된 이 몸에 넨의 힘을 조금 더하면 이 정도는
가뿐하지.』 마스크 속 로톤의 얼굴은 꽤나 놀란 표정이었을 게다.
『그. . .그렇구먼. 헌데 이렇게 독을 분사하게 되면 재료가 꽤 많이 들꺼야. 자네가 가지고 온 것만으로는
서너번 밖에는 사용하지 못하겠네 그려.』
『그럼 독을 좀더 구해야 겠는데. . . 독을 대량으로 구할 곳이 없을까?』
『한 곳이 있긴 한데. . .』
『어딘데? 응?』 로톤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엘븐 가드로 가게.』
『엘븐 가드? 설마 그 멍청한 고블린들이 쓸만한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있나. 요즘 엘븐 가드 어디에선가 붉은 색 루가루가 발견되는데 자네에게 그 독니가 아주 쓸모가 있을 걸쎄.』
『붉은 색 루가루?』
『그렇다네. 저번에 몇몇의 모험가들이 우연히 발견하여 나에게 시체를 가져와 연구를 의뢰한 적이 있다네.
일반 루가루들의 변종으로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는데. . . 하여간 그놈의 독니는 아주 커서 이빨에 담은 독의
양도 일반 루가루들의 몇배는 되는 듯 하더군.』
『그런 놈이 있었군. 고마워. 당장 떠나야겠어.』
『허나. . . 조심하게.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모험가들이 엘븐 가드를 들락거렸는데, 이제와서 그런 놈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놈들이 최근에 생긴 변종들이거나 아니면. . .』
『아니면?』
『그동안 그놈들을 발견한 사람들이 한명도 살아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일 테니까. . .』
『걱정마. 영감! 어째튼 정보 고마워~』
나는 왠지 들떠서 허둥지둥 짐을 챙겨서 곧바로 로톤의 실험실에서 나왔다.

엘븐 가드의 입구에는 아직도 초보 모험가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엘븐 가드. 처음 수련을 시작하던 때가 생각나는군.> 저 멀리서 익숙한 단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돈 놓고 돈 먹기~』
단진 이놈은 언제까지 풋내기들을 등쳐먹고 살 작정이지?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단진 앞을 지나갈때 였다.
『자 방금도 한 손님께서 크게 한몫 잡고 가셨답니다. 당신도 도전하세요~ 내 피끓는 젊음을 어떻게 하려나? 내 마음도 지나가는 멋진 아가씨 마음도 루가루들처럼 붉기만 하다네~ 자 돈을 거세요~』
나는 흠칫 놀라서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쥐고 따지듯 물었다.
『너, 붉은 색 루가루에 대해 알고 있어?』
순간, 단진의 덮어쓴 가면 속의 얼굴이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붉은 색은 쉽게 물이 드는 색. 당신의 마음도 이미 반은 물들어 있네요~ 완전히 물들어 버린다면 다시는
돌릴 수 없지요.』
나는 쥐었던 멱살을 풀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자. 그냥은 안돼요. 나는 나의 행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정보를 준답니다.』
『행운 시험?』
『모든 일은 뿌린만큼 거두는 법! 투자를 한 사람에게 행운 시험에 도전할 기회를 드리지요. 오늘은 아가씨께 제 모든 행운을 드릴테니 한번 도전해봐요~』
쳇! 더러운 상술이로군. 나는 잠깐 피어났던 의아심을 훌훌 털고 그길로 붉은 색 루가루들을 찾으러 달려갔다.

제 3 장. 만남

끝도 없이 늘어선 나무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멘지가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아직도 붉은 색 루가루의 자취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헉헉. . . 로톤 이 영감이 헛소리한 거 아냐? 잠시 앉아서 쉬어야겠다. 그때였다.
내 눈앞을 휙하고 지나간 녀석은 매끈한 몸매의 루가루! 그것은 붉은 색이었다.
『찾았다 요녀석!』
나는 시야에서 놓칠세라 벌떡 일어나 그 녀석의 뒤를 쫓았다.
한참 동안이나 그 루가루 녀석이랑 실랑이를 벌였다. 이 녀석은 잡힐 듯 말 듯 한 걸음 차이를 유지하며 나무들 사이로 재빠르게 도망다녔고, 나는 계속 그 한걸음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그 녀석을 손에서
놓치고 있었다.
『이녀석이. . . 혹시 나를 유인하는 거 아닐까. . .?』
분명 의심이 들만한 상황이었지만, 녀석을 쫓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빽빽한 나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넓은 공터에 다다르자 그 루가루는 더이상 도망갈 곳을 잃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나는 됐다 싶어서 빠른 몸놀림으로 그녀석을 낚아챘다.
『잡았다! 어라? 이놈 힘이 보통이 아닌데?』
가까스로 손에 넣은 목표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팔에 힘을 주던 그때, 비로소 주변의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 . . 뭐지?』
눈앞에 보이는 불타버린 건물들. 커다란 공장같은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몸뚱아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건물 여기저기에는 기분나쁜 덩쿨들이 엉켜져 있었고, 을씨년스러움을 더해주는 바람 소리가 나를 비웃고
있는 듯 했다. <기분 나쁜 곳이군. 빨리 독이나 모아 여길 떠야겠다.>
<기분 나쁜 곳이군. 빨리 독이나 모아 여길 떠야겠다.>
나는 손에 잡고 있는 루가루 녀석의 입을 열어 빈병에 독을 짰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헤이, 조심해!』
그 사람은 번개같은 몸놀림으로 내 뒤쪽에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자가 격렬하게 발버둥치는 루가루 한마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 여자도.. 격투가로군?>
<이 여자도.. 격투가로군?>
『이봐. 이 주변에 온통 루가루들이 있다구. 그렇게 허술하게 서있다간 순식간에 루가루들의 밥이 될꺼야.
잘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루가루를 내 뒤쪽의 숲 속으로 던졌다.
그러자 숲 속에서 수십 마리의 루가루들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들은 아마 너를 노리고 뒤쫓아온 녀석들일껄?』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그녀는 그 루가루 무리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더니,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녀의 싸우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적의 약점을 가차없이 공략하는 실전 기술들. 싸움에 임하여서는 연민따위는 가지지 않겠다는 단호함.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무술을 모르는 마구잡이식 움직임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 아는 안다. 저게 바로 거리의 싸움으로서의 최고 경지다! 그리고 그렇게 루가루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패리스 저쪽이야!』
남자들 한무리가 그녀 뒤를 따라오며 소리쳤다.
그들은 쇠몽둥이, 각목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패리스라면 시궁창 공주 패리스!?>
<패리스라면 시궁창 공주 패리스!?>
시궁창 공주 패리스라면 그녀가 바로 내가 스트리트 파이터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다! 그녀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나는 패리스와 그녀의 패거리들과 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얼른 쓰러진 루가루 몇마리에게서 필요한 만큼의 독을 짜낸 후, 곧바로 패리스가 들어간 눈 앞의 폐허로 뛰어 들어갔다.



제 4 장. 단풍에 물들다.

내가 때려 눕힌 붉은 색 루가루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쓰러져 있는 한무더기의 루가루들. 몇마리나 될까. 열마리? 스무마리?
패리스의 패거리들을 찾아서 이 폐허로 무작정 들어왔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온통 붉은 색 루가루들 뿐이다. 살의로 번뜩이는 루가루들의 눈빛들만 아니었다면, 이곳은 노을 빛으로 한껏 물든 단풍나무 숲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눈부신 붉은 색을 자랑하며 민첩하게 움직이는 루가루들 몸놀림에 현혹된 것일까?
아까부터 머리가 어지러웠다. <헉....헉.... 이것들.. 끝도 없이 달려드는 군. 그런데 패리스는... 어디 있을까.>
<헉. . . .헉. . . . 이것들.. 끝도 없이 달려드는 군. 그런데 패리스는. . . 어디 있을까.>

정신없이 공격해오는 루가루들의 발톱을 본능적으로 피하며 한마리씩 때려눕히다가 문득 새로운 기분에
휩싸였다. 내 발에 몬스터들이 걸리는 느낌. . . 살집을 파고 드는 나의 주먹. 루가루들의 질러대는 비명소리.
그래 내가 오늘 너희들과 한껏 즐겨주마. 나는 눈앞에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처치해 나가며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까의 피곤함은 온데간데 없이 몸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나는 강하다. 나는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크게 웃었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해. 하하. 내 피들이 모두 거꾸로 솟는다. 나는 파괴의 신이되어 그저 손에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때리고 부술 뿐이었다. 그래, 이대로 영원히 무언가 때려 부수고 싶다. 내 몸에 흐르는 핏방울 하나하나가 큰 의미가 되고 싶다! 갑자기 높다란 하늘을 향해 괴성를 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때 누군가, 크게 휘두르고 있는 내 손목을 잡았다.
『이봐. 그정도에서 그만하지 그래?』
이건. . .패리스의 목소리?
『헤이. 그러다가 우리편까지 다치겠어. 그. .그런데 너, 피부가 어떻게 된거야?』
그녀가 잡고 있는 내 팔을 보았다. 팔은 온통 붉은 색 반점으로 가득했다.
『흠?』
고개를 들어 패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패리스는 흠칫 놀라며 잡았던 내 손목을 놓고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이녀석. 시뻘건 눈을 보니 제정신이 아닌 모양인데? 아마 캡슐을 먹지 않은 모양이군.』
패리스는 저쪽에 있는 자신의 패거리들에게 소리쳤다.
『헤이. 거기 누가 변이면역캡슐 가진 사람 없어?』
그러더니 내게 이야기했다.
『너 애송이. 캡슐없이 여기에 들어왔다간 딱 네 꼴이 되지. 일단 목숨이 불쌍해서 이걸 주겠는데, 여기서
더이상 버텨내지 못할 거라면 방해나 하지 말고 집에가서 편히 주무시지? 우린 오늘 할일이 아주 많거든.』
나는 캡슐을 받아들고는 패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붉은 색이다. 단풍잎처럼,
루가루들처럼, 내 손목처럼, 이 세상처럼. 패리스. . . 패리스여. . 그녀는 강하다. 그녀는 나의 목표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나도 강하지 않은가. 그녀를 이겨보고 싶다! 나의 피는 어느덧 내가 통제할 수 없을만큼 끓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선전포고 한 뒤, 다짜고짜 그녀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까의 어지럼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내 몸은 어느때 보다 가볍게 움직였다. 내 주먹에 공중으로 뜬 패리스는 가볍게 공중
재비를 돌더니 사뿐히 바닥에 착지하며 말했다.
『이녀석이! 정신차려 임마.』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가차없는 발차기가 나갔다. 하지만 패리스는 몸을 비스듬히 눕히더니
재빠르게 피해냈다.
『너도 스트리트파이터로군?』
패리스가 말하는 사이 나는 빠르게 주먹을 내지른 뒤, 연속으로 발차기를 날렸다. 패리스는 움직임을 예측한 내 마지막 발차기를 피해내지 못하고, 멀리 나가떨어졌다.
『어쭈? 제법인데?』
나는 그녀가 쉴틈을 주기 않고 직선적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패리스는 아까는 방심했다는 듯이 이번에는 믿을 수 없는 빠른 움직임으로 내 공격을 모두 피해내고 있었다.
『분명히 괜찮은 움직임이지만 말이야. 쓸데없는 동작이 너무 많아.』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갑자기 캄캄한 어둠에 휩싸였다.
『치잇. . . 모래로군.』
『자. 이만 하자구. 난 할일이 많거든.』
난 가만히 서서 그녀의 움직임을 느껴보려 하였다. 느낌뿐인지는 모르지만 내 모든 감각은 그 어느때보다
선명했다. 느껴진다. 그녀가!
『히얍!』
뒤에서 급습하는 나의 공격을 가뿐히 피해낸 패리스는 무언가 마음을 먹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녀석, 그냥 놔두면 안되겠는데?』
나는 재차 공격을 가했다. 몽롱한 정신이었지만 그때 내가 펼친 격투기는 정말 최고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신속하고 깔끔한 움직임.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이런 움직임을을 펼쳐내는 나 스스로 놀라고 신기해하면서
점점 신이 났다. 하지만 패리스는 그런 내 공격을 모두 여유롭게 무마시키고 있었다. 실력의 차이는 명백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잖은가! 나는 크게 위협적인 움직임을 취하여 거리를 벌린 뒤, 제자리에 서서
가만히 느껴보기 시작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너무나 분명하게 느껴졌으니까. <그냥은 안되겠어.> 이번엔 왼쪽인가. . .? 얼굴 왼쪽편으로부터 날카로운 살기가 나를 향하는 것을 느끼고 나는 급히 몸을 비틀면서 피했다.
『좋아. 훌륭한 움직임이군.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란 말야. . . .무술하는 광대가 아니거든. . . .』
이번엔 오른쪽이로군. . . . . 나는 그녀의 움직임을 모른 척하며 무방비 상태인 듯 움직였다.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패리스의 주먹이 날아들어왔다. 나는 그 주먹을 몸을 젖혀 피하면서, 그녀의 몸쪽으로 파고 들어가 목덜미를 낚아채려 했다.
『잡았다! 이건. . . . . .』
내가 잡은 것은 찢겨진 그녀의 옷이었다.
『오호? 일발 화약성? 내 기술이 많이 퍼졌나보네. 이번 작전은 아주 좋았어. 이제 좀 화가 나려고 하는데,
장난은 그만 해볼까?』
자세를 갖추려고 정신을 다잡으려고 힘쓰고 있는데,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을 살아온 일분 일초마다』
나는 기합을 지르며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저 멀리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온 나야.』
귀신. . . 이건 분명히 귀신이다. 모양은 있지만 잡히지 않는다.
『지금 네 처지는 딱하지만,』
나는 짐승같은 괴성을 질렀다. 이제 온몸을 휘감고 있는 숨막힘을 좀 덜 수 있으려나.
『미안하게도 난 지금 너를 때려 눞여야 겠다.』
나의 숨막힘은 공포. 바로 공포였구나.
『그리고 이게 바로.』
뒤를 돌아보려던 내 목덜이가 들어올려지며 목 부분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숨을. . 숨을 쉴 수가 없다.
『일발 화약성이다!』
『펑. . . . .』
귀를 찢는듯한 굉음과 함께 나는 이제껏 보지 못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붉은 빛 하늘에
한껏 토해낸 나의 붉은 색 핏 방울. 붉은 색 피부와 붉은 색 루가루들. 그래 모든 것이 단풍에 물들었구나.
나는 너무나 붉게 물들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낙엽처럼 공중에서 한껏 흩날렸다. 수줍게 물든 단풍잎들이 내 몸으로 우아하게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던 세상은 내 몸이 땅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 . . 좀더 우아할 수는 없었을까. . .
『패리스. 이녀석 그냥 이대로 놔둘꺼야?』
『아마 이정도로 죽을 녀석은 아닐꺼야. 그냥 저녀석한테 캡슐이나 먹여둬. 이대로 두면 이녀석도 여기
실험장의 영향으로 그대로 폭주해서 몬스터가 되어버리겠지. 그럼 우리한테도 골치 아파져.』
실낱같이 남아 있는 내 정신을 비집고 그 패거리 중 한명이 내 목구멍으로 알약같은 걸 쑤셔넣었다.
『자. 우린 이만 친구들을 구출하러 가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난 정신을 잃었다.



제 5 장. 연쇄폭발

『아악!!』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 . 된거지. . ?>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기도 전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수십, 아니 수백마리의 붉은 색 루가루들에게 둘러싸여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눈에 익은 격투가 한명이 쓰러져 있었다. 비명소리는. . .
아마 그녀의 것이었던 것 같다.
『저. . .저건 패리스? 그래. . . 난 패리스에게. . . . .』
그 때, 쓰러져 있는 패리스의 뒤쪽을 노리는 루가루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벌떡 일으켜 그 루가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 루가루가 눈 앞에서 패리스를 덮치려는 순간, 나는 바닥에 있는 돌하나를 집어들어 그 루가루에게 있는 힘껏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어. . .? 너..너는?』
나는 패리스에게 쓴 웃음을 한번 지어보이고는 패리스의 패거리들을 쫓고 있는 수십마리의 붉은 색 루가루
무리 속으로 뛰어 들어가며 루가루들을 모두 도발하여 나에게 집중하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다들 죽고 싶지 않으면 옷을 찢어서 침으로 적셔서 코를 막고 멀리 숨어!』
루가루들은 내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피한 것을 확인한 나는 예의
로톤이 준 분사기를 꺼내들었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다.> 나는 로톤이 준 분사기를 꺼내들고 나에게 달려드는 루가루들을 향해 독을 뿌렸다. 독안개는 분사기로부터 무럭무럭 피어나 넓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래 이 향긋한 냄새.>
난 독안개 속에서 넨의 힘으로 독기운을 버텨내며, 안개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루가루들을 한마리씩 처치해
나가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부터 패리스의 패거리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로톤은 이 안개의 성분이 알콜이라고 했겠다...? 그렇다면 혹시?>
나는 루가루 한마리의 목을 낚아챘다. 낚아 챈 주먹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얍!』
『쾅!』
일발 화약성.
폭발은 내 손끝에서 시작되어 독안개 전체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하늘이 찢어질듯 울부짖고 있었다.
『콰콰쾅! 쾅!』
천지가 진동할 듯한 폭발이 휘몰아친 자리. 그곳에는 붉은 색 루가루들의 시체더미와 지쳐서 쓰러져가는
내 몸뚱아리만이 남아있었다. 이어서 들려오는 환호 소리.
『무모한 녀석이로구나 너.』
어느샌가 내 옆에는 부축을 받고 서있는 패리스가 보였다.
『네가 살아남았던 건 그저 운이 좋았던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나는 쓰러지려고만 하는 몸을 가까스로 버티며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패리스. 싸늘한 바람이 불던 그녀의 얼굴에 난데없는 웃음꽃이 피었다.
『내가 그동안 본 것 중 최고의 일발 화약성이었다. 고마워. 네 덕분에 나 뿐만 아니라 여기 모든 사람의 목숨을 건졌어. 축하해. 넌 우리의 영웅이 되었어.』
사내들의 환호성 속에서 나는 패리스를 바라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누군가 쓰러지는 나를 떠받치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이내 다시 정신을 잃었다.



제 6 장. 독왕(纛王)의 탄생.

핸돈 마이어 뒷골목 광장. 평소에는 사늘한 바람소리만이 들리는 황량한 곳이지만 오늘만은 모여든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자자. 조용히들 해봐.』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이봐들. 조용히좀 해보라니까. 나도 격식을 좀 갖추어 볼려고 하니까.』
시궁창 공주라고 불리는 패리스가 그녀의 별명에는 어울리지 않게 오늘따라 예쁘게 차려입었다. 어딘가 어색해서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오늘을 위해 억지로 준비한 의상인 듯 싶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기에 웃지는 않았다. 그녀는 끈으로 둘둘말려 묶여진 종이를 펼쳐들었다.
『에헴. 나 패리스와 여기 뒷골목 친구들은. .』
패리스는 종이를 들고 줄줄이 읽어 나갔다.
『우리의 목숨을 구해준 당신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 . . 어쩌구 저쩌꾸. 뭐 쓸데없는 말들이 이리 많아? 생략, 생략. 어째튼! 우린 당신에게 감사하여 오늘 이자리를 마련하여 기념한다. 모두 박수~』
다시한번 크나큰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자자. 끝이 아니라구. 다들 그 때 그 기술 봤지? 우리는 네 기술에 감명을 받아 그에 어울리는 독왕(纛王)이라는 이름을 주기로 했어. 넌 이제 보통 스트리트 파이터가 아닌 독왕이 된거야. 축하해!』
『그 이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그녀에게 정식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독왕. . . 독왕이라. . . 난 기뻤다. 독왕이란 이름.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 시궁창 공주 패리스의 행적을 좇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녀의 인정을 받게 되다니! 패리스가 내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말했다.
『그때, 나를 구했던 그 돌덩이로 루가루를 내리치는 기술 있잖아.』
『그게 무슨 기술이예요. 그냥 정신이 없어서 그냥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 대로 내리친건데. . . .』
패리스는 웃으며 말했다.
『아냐. 기술이지. 정말 치사한 기술이야. 나보다 더해. 돌덩이로 그렇게 무자비하게 내려치다니. 하지만.. 훌륭해!』
패리스는 땅에서 돌을 하나 집어들더니만, 내리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내가 이름을 붙여주지. 벽돌 내려치기. 블록 버스터(Block Buster)! 어때! 괜찮지 않아? 하하.』
그녀도 웃고, 나도 웃고 모두가 웃었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었다.



싸구려 판타지소설같지만 아무튼 읽을만했음

역시 독왕캐릭이 하나 있어서그런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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