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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오는밤
작성일 2008-09-23 13:49:27 KST 조회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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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를 아세요?

어느 추운 겨울날 런던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의 얘기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탄 필자는 옆에 앉은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노팅엄에 산다는 말을 듣고는 유럽 정상에 2번이나 오른 노팅엄 포레스트가 생각나서 물어보았다. " 혹시 노팅엄 포레스트 팬이에요? " " 네. " 당시 노팅엄이 리그 1(잉글랜드 3부 리그)으로 강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그들의 소식이 궁금했던 필자는 다시 물어보았다. " 지금 리그에서 몇 위에요? " 그러자 그 외국인은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 저 지금은 럭비 봐요. "

현재 많은 사람들이 화려했던 과거와 대비되는 초라한 현실을 말할 때 '리즈 시절' 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리즈 유나이티드를 잘 모르는 사람까지도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과거 리즈 유나이티드는 유럽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내는 등 잉글랜드를 대표할 만한 팀이었지만 지금은 3부리그에서 재기를 꿈꾸는 팀이다. 과연 리즈 유나이티드의 '리즈 시절'은 어떠했길래 그런 단어가 만들어진 것일까?

빛나는 과거

리즈시 유일의 프로축구팀인 리즈 유나이티드(이하 리즈)의 최전성기는 돈 레비 감독이 팀을 리그 상위권으로 이끌었던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였다. 빌리 브렘너 등 9명의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약하던 당시의 리즈는 유럽 대회를 비롯한 각종 컵 대회와 리그에서도 파란을 일으키며 강팀으로써의 면모를 과시했다. 강력한 조직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한 리즈는 토탈 스포츠 매거진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스포츠 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무기력하게 2부리그로 강등된 리즈는 절치부심한 끝에 90년대 다시 1부리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놀랍게도 승격 첫 시즌에 4위를 기록한 리즈는 다음 시즌 곧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현 감독 게리 매칼리스터를 비롯해 데이비드 배티, 개리 스피드 그리고 에릭 칸토나의 플레이는 훌륭했고 팬들은 다시 화려한 나날을 꿈꾸었지만 리즈의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밀레니엄이 다가오기 직전, 데이비드 오리어리를 감독으로 선택한 리즈는 유소년 팀에서 해리 키웰, 조나단 우드게이트, 앨런 스미스, 스테판 맥페일 같은 뛰어난 재능들을 발굴하면서 다시 도약의 기회를 잡게 된다. 그들의 활약으로 리그 4위를 차지하며 1999-00시즌 UEFA컵에도 나서게 된 리즈는 AS로마,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슬라비아 프라하 등 강팀들을 연파하며 4강에 올랐다. 비록 터키의 갈라타사라이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놀라운 것이었다.

2000-01시즌은 근래 리즈가 보여준 모습 중 가장 화려했다. 전 시즌 리그 3위를 차지하여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거머쥔 리즈는 AC밀란, 베직타스, 라치오, 데포르티보 등을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이번에는 발렌시아가 리즈의 발목을 잡았지만 유럽 최고 팀들을 상대로 리즈가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인 것이었다. 클럽의 미래는 밝기만 했고 어두운 과거는 완전히 잊혀지는 듯 했다.

끝없는 추락

하지만 팬들과 언론들이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당시 리즈는 리오 퍼디난드, 로비 킨과 로비 파울러 등 여러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댔고, 이를 감당하고자 구단주 피터 리즈데일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 수익을 담보로 1억 파운드(한화 약 2천억원)를 빌렸다. 이 액수는 향후 25년 동안 리즈가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매번 진출해야 갚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액수였다. 전용 비행기와 전용 버스를 비롯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뿌려댄 리즈가 떵떵거릴 수 있었던 것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0-01시즌 리즈는 유럽에서 고공비행을 계속했지만 리그를 4위로 마감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팬들은 그저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리즈의 재정은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 다음 시즌도 리그 5위를 차지하면서 또 다시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리즈는 어쩔 수 없이 리오 퍼디난드를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팔아야만 했다. 이 일로 구단주와 싸운 감독 오리어리는 해임되고 테리 베너블즈가 새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베너블즈가 감독으로 임명된 지 채 1년이 안되어 재정 위기가 찾아온 리즈는 로비 킨, 로비 파울러, 올리비에 다쿠르, 리 보이어, 조나단 우드게이트 해리 키웰까지 팔아야만 했다. 빚을 내어 사온 선수 뿐 아니라 유소년 팀에서 키운 선수들도 팔려나갔지만 이미 산더미처럼 커진 빚을 단숨에 갚을 길은 보이지 않았다. 5위에서 15위로 내려앉아 순위표 반대편으로 밀려난 리즈 유나이티드는 결국 2003-04시즌 19위를 기록하며 2부리그로 향해야만 했다.

재정적으로도 계속 법정 싸움에 휘말린 리즈는 끔찍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심지어 2005-06시즌 로비 파울러가 리버풀에 되돌아갔을 때까지 그의 주급을 감당한 것은 맨시티나 리버풀이 아니라 바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리즈였다. 리즈는 재정난을 타파하기 위해 구장과 훈련장까지 팔았지만 빚은 해결되지 않았다.

부활의 날갯짓

정말 드라마틱하게도 구원의 손길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부터 나타났다. 모 닭튀김 회사의 정문 앞에 서 있는 할아버지 동상처럼 생긴 전 첼시회장 켄 베이츠가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인수 과정에서 그는 빚을 5천만 파운드(약 1000억원)를 마법처럼 삭감했고 팀이 3부리그로 강등된 2007-08 시즌에는 나머지 빚마저 없애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그것이 화근이 되어 팀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에도 극적으로 파산은 면하고 켄 베이츠가 다시 인수했으나 대신 팀이 얻게 된 것은 승점 15점 삭감이라는 조치였다.

승점만 삭감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2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2부리그로 복귀할 수 있었던 리즈는 5위를 차지했다. 결국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 결승까지 올라갔지만 돈캐스터 로버즈에게 아쉽게 패하며 리그 1에 남았다. 현재 리그 1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리즈는 감독 게리 매칼리스터의 지도 하에 루시아노 베키오, 저메인 벡포드 투톱의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워 시즌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리그 1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인 캐스퍼 앙커그렌의 존재와 슬로베니아 출신 루보미르 미칼릭, 앙골라 국가대표 루이 마르케즈가 지키고 있는 골문은 단단하기만 하다.

'리즈 시절' 이야기는 한 클럽의 역사일 뿐 아니라 다른 클럽들도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이다. 최근 축구 시장의 행보를 보면 심상치 않다. 맨체스터 시티의 새 구단주나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톤 빌라의 미국인 구단주들이 과연 축구란 스포츠를 얼마나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리즈 유나이티드가 겪었던 아픔을 다시 만들어낸다면 재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그레트나가 보여주었던 극적인 행보는 그런 일이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다.

돈과 명예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성적을 낼 수 있는 돈의 유혹이 강하지만 리즈의 예는 잘못된 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다만 요크셔 지방의 자존심인 '하얀 장미' 리즈 유나이티드가 다시 1부 리그로 돌아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물리치는 모습을 보게 되는 날, 우리는 성공적인 클럽 부활의 표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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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투자는 화를 낳는다는 이야기인듯

 

과연 영광재현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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