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고는 싶은데 용기가 나질 않아요. 2년 넘게 백수생활을 하니까 방 안에서 지내는 게 편하기도 하고요."
명문사립대인 H대 공대를 졸업한 김 모씨(32)는 벌써 2년째 방 안에 틀어박혀서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2006년 대학 졸업반이었던 김씨는 학교를 다닐 때 특별히 학업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취업 때가 다가오니 남들처럼 열심히 원서를 쓰고 다녔다.
하지만 원하던 대기업을 포함해 서른 번이 넘도록 서류, 면접에서 번번이 미끄러졌고 그해 말 간신히 지방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됐다. 김씨는 적성에 맞지 않아 두 달도 못 돼 회사를 그만두었고 다시 취업을 시도해봤지만 취업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어려서부터 내성적이었던 그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자신감을 잃게 됐고 어느 날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그는 바깥세상으로 나가길 포기했다.
문을 걸어잠그고 친구들과도 부모와도 대화를 단절한 채 오로지 게임에만 몰두했다. 결국 그는 1년 전쯤 정신과 의사로부터 `은둔형 외톨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극심한 취업난이 계속되자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힌 `니트(NEETㆍ구직활동포기)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1년 만의 최저치(61.8%)를 기록하는 등 취업난으로 직업을 갖지 못한 20~30대 `청년백수`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여인중 동남신경정신과 원장은 "취업을 못한 채 2~3년간 구직활동에서 거듭 실패를 겪고 좌절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차츰 은둔형 외톨이로 진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청소년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20~30대 성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전혀 없다. 대신 한 국내 은둔형 외톨이 전문병원의 2002년과 2008년 환자 통계를 통해 비교해보면 전체 환자 가운데 2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3%에서 49%로 2배 이상 늘었음을 알 수 있다. 20~30대인 이들은 대부분 극도의 무력감에 빠져있으며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구직에 다수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간혹 임시직 등의 직장을 구했어도 한 달 이상을 버티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들은 게임 중독인 경우가 많지만 비중독자의 경우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방 안에서만 사는 이들도 있었다.
김태성 한국청소년상담원 선임상담원은 "핵가족 시대 부모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난 오늘날의 20~30대들이 취업난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혼란을 느껴 빠르게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숫자가 늘어날 경우 곧 국내 노동력 상실로 이어지게 되고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성장잠재력 하락 등 국가ㆍ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임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