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4일간의 조문이 남긴 뒷이야기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미사가 온 국민의 애도 물결 속에 20일 10시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19일 오후 입관 예절로 마지막 모습마저 덮어버렸지만 국민적인 추모 열기가 끊일줄 몰랐다.

선종 이후 19일 오후 11시까지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모두 38만5020여명(장례위원회 집계)이었다. 차분한 애도의 모습이 모처럼 큰 어른에 대한 존경과 추모를 확인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조문이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선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재진의 소감에 "이 양반의 힘이 우리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와 싸우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게 발단이 됐다.

이 같은 표현을 방송을 통해 접한 네티즌들은 '고인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이라며 비난하는 측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치'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 같은 표현에 대해 "길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시비붙었을 때나 '이 양반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꼬집는가 하면, “일부러 낮추어 부르기 위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는 옹호론도 나왔다.

18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뒷짐'을 지고 조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명동성당을 방문한 전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써놓고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쪽으로 걸어가 관 앞에서 애도를 표했다.

그 뒤 뒷짐을 진 채 김주교와 대화를 나눴다. 전 전 대통령의 뒷짐 조문에 대해 네티즌들은 "죽은 시신을 구경하러 왔냐", "사이가 아무리 안 좋았다 해도 고인에 대한 예의는 차려야 했다", "전두환의 명동성당 출입에 분노한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79년 전 전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부터 6·10항쟁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신군부를 비판하며 전 전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다.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 전국에서 각막이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사람도 줄을 잇고 있다. 온라인으로 기증서를 제출하던 사람이 평소 하루 평균 20여 명에 불과했으나 19일에만 400명을 넘어섰다.

평소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서울재단 본부엔 기증 의사를 밝히는 전화가 하루 10통 미만이었으나 최근 며칠 새 30통 이상으로 늘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지현 팀장은 “명동성당 앞에서 18일 하루에만 100명 넘게 장기 기증서를 받았다”며 “‘추기경님 덕분에 병들고 늙어도 기증할 수 있다는 걸 새로 알게 됐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에 2㎞가 넘는 조문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근 편의점도 특수를 누렸다. 촛불 시위때 광화문 인근 편의점 매출이 껑충 뛴 것과 비교되기도 했다. 특히 추운 날씨 속에 애도의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눈물과 콧물을 많이 흘린 탓인지 일회용 화장지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19일 편의점업체 GS25에 따르면 명동성당 바로 앞에 있는 'GS25 명동2점'의 17~18일 매출이 지난주(10~11일)에 비해 82.9% 증가했고, 방문 고객 수도 72.7% 증가했다.

특히 참치통조림과 커피·차의 매출은 8배 이상으로 뛰었고, 일회용 화장지도 7배 이상 급증했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절차가 사진과 동영상, 문서 등에 담겨 국가기록물로 보관된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과 장례식 등 국가 주요 행사를 기록하는 ‘현대판 의궤’에 종교인 장례절차 기록이 포함되는 건 처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김 추기경 입관 예절 등이 진행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으로 ‘의궤기록팀’을 보내 모든 절차를 기록했다. 20일 치러지는 추기경 장례미사와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서 이뤄지는 하관식 등도 기록된다.

박명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