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개독을 만났다. (주 : 글쓴이는 서울대생)
개독은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다.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한다.
여튼
면접이 끝나고 '아 ㅅㅂ 쌌네...'하는 생각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물리학부 선배란 사람이 날 잡았다.
형: "안녕하세요~? ^^ 면접 보고 나오시는 건가요?"
나: "네 ㅠㅠ"
형: "전 물리과 04학번이구요~ 개독형이라고 해요~ 아~ 면접...ㅠ 어렵죠..."
나: "(아 역시 서울대... 동문의 힘 동문의 힘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이 형은 모름지기 서울대생의 인품은 이러한 것이구나, 라는 것을 보여주고 계시는 것 같다) 네 ㅠㅠㅠ 흑흑 망했어요 ㄴ엏니엄ㅎㄴ아ㅣ;ㅎ 6문제 중 2개 풀었어요 ㅠㅠ 그것도 하나는 교수님 인도를 따라서..."
형: "괜찮아요 :) ~ 저도 별로 못풀었는데 나름 열심히 하고 그러니 붙더라구요~ 결과는 나오기 전에는 모르는 거에요~"
나: "헉흐그허거ㅓ 감사합니다 ㅠㅠㅋㅋ"
(중략)
형: "그나저나... 제가 이럴 때 좋은 말씀을 하나 알고 있는데요... <이러쿵저러쿵 미주알 고주알 -마가복음>"
이 때 쯤 되니 '아 ㅅㅂ'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그냥 체념하고 듣고 있었다
형: "~~~~ 그런데 똘똘씨는 (이름과 나이 알려줌) 종교 믿으세요?"
나: "아...아뇨 ^^; 무교에요~ 별 관심 없어서요..."
여튼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다가 나중에 합격하면 밥이나 사먹자고 서로 번호 교환하고 난 집에 왔다.
나중에 디아2 하고 있는데 문자 와서 합격이라길래 "이히히" 한번 하고 다시 헬 바알 버스 탔는데 문자가 와서 <붙었어요?> 라길래 <네 ^^> 라고 했더니 나중에 올 일 있으면 밥이나 먹쟨다.
난 조낸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 그렇다고 무시하면 내중에 만나서 나 불이익 받는거 아닌가' 등등 진짜 별의 별 스트레스를 다 받았다.
일단 약속은 잡았으니 공대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카레돈가스가 나왔었다. 제일 비싼 메뉴를 고르고 그 형이 성경을 꺼내서 뭔가 얘기하며 뭐 무슨 절벽 비유를 들면서 절벽을 건너가지 못하면 지옥에 떨어지고 어쩌구 저쩌구르 들으며 '네 네' 하면서 쳐묵쳐묵 했다.
끝나니 커피도 사주더라. 맛있게 먹고 난 머리 속으로 오늘의 계획을 짜면서 Old Faithful geyser에서 물이 분출되는 간격으로 "아~ 네" 등을 연발했다.
그 후에는 헬스하는데 또 연락이 와서 이번엔 자하연 3층! (주: 설대 내에서 좀 럭셔리한 식당 축에 꼽히는 곳) 으로 가서 난 스파게티를 시켜먹었다.
학교 갈 일이 자주 생겨서 계속 문자를 보내며 배고플 때는
"형ㅠㅠ뭔가흔들리는제자신을잡고싶어요
좋은말씀들려주실시간되시나요?'로 시작해서 약속을 잡았다.
그 때는 사범대 간이식당
그 다음은 음미대 식당
그 다음은 학관 + 삐몽
그 다음은 두레미담
금룡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화룡정점을 위해 금룡(주 : 설대 내 최고 초럭셔리 짱깨집) 에 약속을 잡으려고 연락을 했는데 답이 안왔다 전화를 해도 받고 끊더라 ㅠㅠ
이럴수가
난 너무 흔들려서 좋은 말씀을 듣고팠을 뿐인데...
그 형은 진정한 종교인이 아니다, 위선일 뿐이다
나와 같이 흔들리던 영혼을 불멸의 길로 인도해주지 못하고 중간에 내팽겨쳤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