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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salrahdin
작성일 2008-08-21 22:46:30 KST 조회 1,496
제목
다크나이트 - 동백꽃 패러디.[좀 네타?]

오늘도 또 고든이 막 쫒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여자 좀 꼬셔볼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람보르기니를 올라타려니까 등 뒤에서 갹, 갹 하고 사내의 비명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하비(는 눈이 부리부리하고 똑 엉덩이같은 턱을 가진 놈)가 덩저리 작은 고든을 함부로 쏴대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쏴대는 것이 아니라 핑그르 하고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안 쐈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핑그르 하고 뒷면이 나오면 쏘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가며 여지없이 쏘아 놓는다. 그러면 이 수염을 기른 것은 쏘일 적 마다 미안해, 미안해 하며 그 비명이 컥, 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팔, 다리를 또 쏘여 붉은 선혈은 뚝 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저리 다치면 조사 결과는 누가 가르쳐주나 싶어서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배트맨 슈트를 입고 달려들어 하비를 후려칠까하다가 생각을 고쳐 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조커가 쌈을 붙여 봤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광대놈이 요새로 접어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카드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광대놈이 은행을 털러가면 갔지 남 범죄자 잡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잡니?』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었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빌딩만 부셔대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런만 오늘로 갑작스리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 만한 광대놈이 범죄자 잡는 놈 보구-

 『그럼 혼자 잡지 알바라도 쓰니?』

 내가 이렇게 내배앝은 소리를 하니까,

 『너, 이런 일하기 좋니?』

또는,

 『사람이나 죽이거든 잡지, 돈세탁한 놈을 잡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대인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 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광대놈이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보라색 양복 안 주머니의 속으로 꼈던 바른 손을 뽑아서 나의 턱 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만들었는지 아직도 반짝거리는 조커카드 세 장이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 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 날 테니 여기서 얼른 넣어두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고스톱에선 조커카드가 최고란다.』

 『난 고스톱 안 친다. 네나 처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범죄자 때려잡던 손으로 그 카드를 도로 어깨 너머로 쓱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 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 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고담시에 들어온 것은 근 평생이 되어오지만 여지껏 하얗게 분칠한 조커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다이너마이트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빌딩사이로 힝하니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마로니가,

 『너 얼른 시집을 가야지?』

하고 웃으면,

 『내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 가르쳐 줄까?』

 이렇게 천연덕스리 받는 조커였다. 본시 부끄러움을 타는 광대놈도 아니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입에 칼을 밀어 넣고 "Why so serious?" 라고 물을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카드를 안 받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저는 고담시 범죄자고 나는 고담시의 범죄자 청소부였으므로 저가 한 번만 봐달라고 굽신거려야 한다. 내가 고담시에서 처음으로 배트맨슈트 입고 있을 제 갱들 사기나 치고 있던 것이 조커였다. 그리고 경찰측에서 고놈 배트맨 덕에 일이 쉬워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했는데 고깟 광대놈이 그리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른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다니면 고담시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준 것은 알프레드였다. 왜냐하면 내가 조커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언론에서 기사가 터질 것이고, 그러면 나는 배트맨 일을 때려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광대놈이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한밤중 이었다. 범죄자를 잔뜩 잡고 배트맨 신호가 있는 옥상에 서 있으니까 어디서 사람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 집에서 사람을 잡나, 하고 뒷골목을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뚱그래졌다. 조커가 뒷골목에 홀로 쭈그려 앉았는 데 이게 고든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경감!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리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를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조사도 못 다니게 다리를 칼로 퍽퍽 찔러대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조커를 자세히 보고야 그제야 조커 품에 화약이 없음을 알았다. 잡은 범죄자를 들어 조커 앞으로 내던지며,

 『이놈의 광대놈! 남의 경감 조사도 못 하라구 그러니?』

 그러나 조커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부하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찌르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옥상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고든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네 보란 듯이 내 앞에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갱 아지트에 뛰어들어가 광대놈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고든이 찔릴적마다 범죄자를 조커 앞에 내던질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범죄자를 던지면 조커의 관심이 그리로 쏠리기 때문이다. 하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아, 이놈아! 남의 경감 아주 죽일 터이냐?』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목 쉰 소리를 하니까 그제서야 쪼루루 오더니 나의 머리를 겨누고 고든을 내팽개친다.

 『에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광대놈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뒷골목을 힝하게 돌아나가며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고든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배트맨 슈트에다 피를 찍 깔겼는데 그걸 본다면 상처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 싶었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항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별종 녀석아!』

 『얘 너 목소리 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똘똘이가 고자라지?』

 『뭐 내 똘똘이가 그래 고자야?』

할 양으로, 열방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 때까지 뒷골목 사이로 보여야 할 조커의 대가리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골목길 밖으로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 하는 걸 생각하니 산채만한 망할 개들에 물려 피가 나는 것도 모를 만치 분하고 급기야는 두 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조커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하비를 데려 와서 고든과 쌈을 붙여 놓는다. 하비는 얼굴 반쪽이 썩 험상궂게 생기고 총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이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고든이 팔이며 다리가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고든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광대놈이 고든의 아들을 데리고와서 꾀어 내다가 쌈을 붙인다.

 

 

.

.

(중략)

.

.

 

 

 팔팔했던 고든이 왜 그런지 고개를 살며시 뒤틀고는 바닥에서 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고담시 경찰들이 볼까 봐서 얼른 병원에다 입원시켜 두었더니 오늘 아침에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 같다.

 그랬던 걸 이렇게 오다 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놓으니 이 망할 광대놈이 필연 병원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간호사복을 입고 들어와 병실에서 꺼내 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시 고든을 잡아다 입원시키고 염려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범죄자를 잡으러 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범죄자를 후리갈기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암만 해도 고놈의 목쟁이를 돌려 놓고 싶다. 이번에 마주치면 망할 놈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범죄자를 끌고는 부리나케 배트카를 타고 달려갔다.

 

 

 아무도 없는 폐 건물에 다 와서 나는 웃음 소리를 듣고 배트카를 딱 멈추었다. 바닥에 널려 있는 녹슨 자재들 틈에 노란 화약들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조커가 청승맞게스리 처웃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놀란 것은 고 앞에서 또 갸아악, 갸아악, 하고 들리는 고든의 비명소리다. 필연코 요놈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고든을 끌어다가 내가 지날 길목에다 쌈을 시켜 놓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천연스레 웃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시동도 끌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허둥지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고든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지경에 이르렀다. 고든도 고든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웃기만 하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고담시 뒷세계에서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범죄 잘 저지르고 얼굴 반반한 광대놈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 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겨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비를 때려 엎었다. 하비는 푹 엎어진 채 손가락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조커가 매섭게 눈을 흡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 박쥐놈아! 너 왜 남의 걸작을 때려 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별종놈아! 누구 작품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신문에 기사가 나고 배트맨이 나쁜시키가 되게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망토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조커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터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 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인젠 안 그럴 테야.』

 『하비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신문사에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바닥에 꽂아놓은 노란 화약 사이로 푹 파묻여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독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조커! 조커! 이놈이 돈 가져오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마로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조커가 퍼뜩 낄낄거리며 화약을 집어들고 폴짝거리며 간 다음 나는 느적거리며 배트카를 향해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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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는 가르님(fbwls3079@naver.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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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퀄리티가 묘하게 높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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