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쪽 건너마을 영숙이를 둘러싼 철수와 방수의 싸움이 하나 있었드랬죠. 그 싸움은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어서 아랫마을 민숙이가 알게 될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방수가 학교 조회시간에 단상에 올라가 떠벌리면서 이야기는 동네방네 퍼졌고, 평소에 조용한 민숙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호호 웃었답니다.
그 싸웠는지는 당시 방수가 단상에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방수: 여러분, 철수 형이 저를 때렸어요. 왜 때렸나고요? 제가 철수와 서로 싸움을 했거든요. 저는 싸우려고 안 했는데 철수가 먼저 때렸어요. 철수가 절 왜 때렸나면 우리 마을에 영숙이 때문이에요.
저와 철수는 친구였고 철수는 영숙이를 좋아했어요. 철수는 저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영숙이에게 꽃도 사보내고 그런 거보면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말만 안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영숙이를 좋아한다고 말을 안했으니까 철수가 영숙이를 좋아한다고 제가 확신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영숙이를 먼저 좋아한게 철수여도 말을 안했으니까 나중에 영숙이를 좋아하게 된 저도 고백할 수 있는 거고요. 그쵸?
그래서 저는 철수도 말 안해서 저도 말 안하고 영숙이에게 고백을 했어요. 그리고 영숙이는 제 고백을 받아줬어요. 영숙이를 먼저 좋아한 건 걔지만 고백은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 아니겠어요?
그랬더니 철수가 너는 내가 영숙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지 않았냐고, 내가 영숙이한테 꽃도 사주고 했는데 친구라는 놈이 먼저 고백해서 여자를 뺐냐고 말하네요. 여러분, 저 놈이 직접 말하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쵸? 그런데 철수는 절 때렸어요. 그렇다고 친구를 때립니까? 철수 순 나쁜 놈이에요. 영숙이는 제가 맞는 모습을 보곤 약한 남자는 싫다며 철수에게 가버렸어요. 저는 화가 나서 둘 사이를 훼방놨어요.
그런데 맞은게 너무 억울해서 철수형에게 따졌어요. 철수가 이런 일로 날 때렸다, 어떻게 철수가 이럴 수 있느냐라면서요. 그랬더니 철수형이 절 비웃으면서 이게 싸울 일이냐, 너도 훼방 놓지 않았냐고. 난 별로 할 말 없다. 정 할 말 있으면 저기 가서 학교 애들한테 떠벌리렴. 그럼 될거야라고 말하네요. 그래서 이렇게 말해요. 여러분 철수형이 저를 때렸어요. 네? 저를 때렸어요. 철수형한테 사과 받고 싶은 마음 없고요. 그냥 저를 때렸다고요. 철수랑 철수형은 깡패에요. 여러분 그걸 알아두세요.
아참, 그런데 왜 친구가 먼저 좋아한 여자에게 왜 고백을 했냐고요? 에이, 저는 철수보다 돈도 많고 키도 큰데요? 물론 철수가 저보다 고추도 크고 스킬도 좋아서 떡도 잘 치겠지만 어쨌든 돈 많은 남자가 여자를 사귀는 게 더 좋은 거니까요. 영숙이의 행복을 위해서는 저랑 사귀는 게 맞죠. 아 그런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철수형이 날 때렸고요. 이사람들아. 아 철수형이 날 때렸어. 아 철수형이 날 때렸어. 철수랑 철수형 깡패라고!
오늘 이사 온 아저씨, 내일 이사가는 아가씨. 철수랑 철수형은 깡패래요!! 왜 때렸냐는 안 중요해요. 때린 게 중요하지!
를 보는 느낌임. ㅇㅂㅇ 물론 때린 건 법적인 문제이고 고소 할 수 있음. 여기서는 그냥 초등학교 시절 흔히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간의 다툼이라고 보면 됨.